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한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유가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최근 한 달간 원유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약 700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유가 상승을 추종하는 정방향 상품은 팔아치웠다. 특히 전체 순매수액의 약 70%가 최근 일주일에 집중됐는데, 단기간 급등한 유가가 조정을 받을 것이란 기대 속에 하락 베팅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기준 최근 한 달간 개인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를 약 601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TIGER 원유선물인버스(H)’에도 84억원의 개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두 상품의 개인 순매수액은 총 685억원이다.
최근 일주일간 매수세는 더욱 강해졌다. 개인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와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를 각각 418억원, 55억원 순매수했다. 총 473억원으로 최근 한 달 순매수액의 약 69%에 달한다.
반면 최근 한 달간 개인은 유가 상승을 추종하는 ‘KODEX WTI원유선물(H)’을 약 54억원 순매도했다. 국제유가 상승세를 따라가기보다 향후 가격이 꺾일 가능성에 베팅한 셈이다.
최근 성과는 개인의 투자 방향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9일 기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의 최근 1개월 종가 수익률은 -18.18%를 기록했다. ‘TIGER 원유선물인버스(H)’ 역시 같은 기간 18.18% 떨어졌다. 반대로 ‘KODEX WTI원유선물(H)’은 22.74% 상승했다.
원유 인버스 ETF는 WTI 원유 선물 가격 움직임을 반대로 추종한다. 유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지만 가격이 오르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버스 ETF의 손실 폭이 커지는 가운데 개인 매수세는 오히려 강해졌다. 단기 고점 이후 하락을 기대하며 손실 구간에서 추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가파르게 뛰었다. 9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3.36%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5월22일 이후 최고치로, 100달러를 웃돈 것은 7월23일 이후 처음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3.25% 오른 96.05달러로 마감했다.
유가를 끌어올린 핵심 변수는 공급 불안이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한 가운데 미국이 이란 유조선을 공격하고 이란도 선박 공격에 나서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졌다. 충돌 이전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지만 최근 통과 물량은 하루 200만배럴 아래로 급감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에 반영된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해상 운송 차질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올해 말과 내년 브렌트유·WTI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5달러 상향했다. 걸프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전쟁 이전보다 하루 평균 400만배럴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브렌트유가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충돌이 연말까지 계속되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95~120달러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훼손되는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할 경우 최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