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호르무즈 완전 개방”⋯시장은 안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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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자, 본지에 “기뢰 제거 마쳐 선박 통항 늘어날 것”
브렌트유 100달러 재돌파⋯4개월래 최고치
골드만삭스 “유가 120달러 넘을 위험 커져”
10년물 美국채 금리도 3년래 최고
베선트 바이백 한도 상향도 무용지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9일(현지시간)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된 상태고 전쟁도 곧 끝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국제유가와 미 국채 금리가 치솟고 뉴욕증시는 하락하는 등 시장 전반에 불신이 만연한 상태다.

9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는 본지에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개방돼 있고 미 해군이 통제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성공적인 봉쇄 덕분에 이란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그 외 모든 국가에는 해협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또 “매일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며 “이제 미 해군이 해협 기뢰도 제거한 만큼 이란을 제외한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통항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한국의 참여와 관련해 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만 당국자는 한국을 향한 미국의 11월 파병 요구설에 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고 항공모함과 유조선이 타깃이 되면서 시장에서의 공급 불안은 확산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3.36% 급등한 배럴당 101.21달러에 마감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7월 23일 이후 처음이며 종가는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3.25% 상승한 배럴당 96.05달러에 마감했다. 국내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4.43% 뛴 배럴당 109.75달러로 5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단 스트라위번 골드만삭스 글로벌 상품연구 공동 책임자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7개월째 고조되면서 선박 공격이 심화함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긴장 고조로 인해 향후 몇 달 동안 수출 회복이 어려워지는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이번 주 노동절에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15달러까지 오르면서 서민 경제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4.15달러는 노동절 기준 사상 최고치다. 패트릭 드 한 가스버디 애널리스트는 엑스(X·옛 트위터)에 “디젤(경유) 가격도 며칠 안에 사상 첫 갤런당 6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댈러스(미국)/AFP연합뉴스)

상황이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전쟁은 선거 직후 곧바로 끝날 것”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유가도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전망의 근거를 묻는 말에는 “그들은 더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마저 자극하면서 미 국채 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bp(1bp=0.01%포인트(p)) 상승한 연 4.857%까지 오르면서 2023년 11월 이후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5.341%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 재무부가 10~20년물 국채 바이백(조기 매입) 규모를 60억달러(약 8조원)로 늘렸는데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기존 매입 한도 20억달러의 세 배이자 지난달 예고한 최소 40억달러보다 늘어난 규모지만, 월가에서 기대한 80억∼10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표 직후 국채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마이크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애널리스트는 “60억달러는 실망스러운 숫자”라며 “시장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더 과감한 조치를 기대했다”고 평가했다. 에버코어ISI도 “일부 투자자가 100억달러 이상의 ‘충격요법’을 예상해 시장이 실망했다”고 분석했다.

바이백은 거래가 뜸한 과거 발행 국채를 재무부가 사들이고 최신 발행물로 교체해 시장 유동성을 높이는 제도다. 그러나 경기 과열과 이란전쟁에 따른 물가 압력,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장기금리를 안정시키려면 매입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부채와 재정적자의 증가 방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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