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문만 열어둔 전환금융, 판단은 결국 은행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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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한국형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지 6개월이 넘었다. NH농협은행이 4월 금융권 최초로 전환여신을 실행했지만 이후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후속 사례는 아직 드물다. 정부가 2035년까지 790조원 규모 기후금융 공급계획을 제시한 가운데 전환금융은 여전히 시장 초기 단계다.

전환금융은 한국에서 특히 중요하다. 철강·석유화학·정유는 국내 제조업과 수출을 떠받치는 주력 산업이면서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고탄소 업종이다. 경제적 비중이 큰 산업을 단순히 축소할 수 없는 만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는 설비와 공정의 저탄소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게 전환금융이다.

문제는 무엇을 ‘전환’으로 인정할지다. 기업은 자체 전환계획을 세울 수 있고 외부 검증도 의무가 아니다. 반면 금융회사는 감축목표와 전환경로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자금 공급 이후 계획 이행 여부까지 관리해야 한다. 당국의 전환의지 평가도 ‘예시’여서 실제 취급 기준은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먼저 뛰어든 농협금융의 고민이 이를 보여준다. 농협금융은 전환금융 체계 구축 연구용역에서 ‘가이드라인의 모호성 해소’와 ‘그룹 자체 기준 마련’을 별도 과제로 뒀다. 실제 여신 적용을 위한 적정성 판단기준과 심사·사후관리 방안도 자체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필요한 답까지 주지는 못했다는 방증이다.

은행권에서는 전환여신 한 건에도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들어 확산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2일 이화여대와 공동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형 전환금융의 안착’을 강조하며 금융권의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당부했다. 하지만 정작 금융회사가 현장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전환’을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금감원은 이런 실무상의 빈틈을 보완할 모범규준을 연내 공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마저 강제 규정보다는 금융사별 여건에 맞춰 적용하는 ‘참고서’ 성격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이미 금융사에 전환전략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사후관리 할 책임을 맡겼다. 정작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세부 잣대는 아직 마련 중이다. 먼저 책임을 부여하고 판단 기준은 뒤늦게 채우는 셈이다. 전환금융의 문을 열었다면 이제는 금융사가 안심하고 기업을 가를 수 있는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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