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뭘 할지 난 안다”

헤지펀드 거물 출신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엔화 강세에 맞서 베팅하려는 트레이더들을 향해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날 텍사스 서던메소디스트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제 내가 하우스(the house·카지노 운영자)이다”면서 “우리가 엔화시장에 개입할 때 나는 일본이 무엇을 할지, 일본은행이 무엇을 할지, 일본 정책당국자들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상당히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한다면 내게 맞서 베팅해도 좋다”고 언급했다.
그는 “재무장관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나에게는 비대칭적 정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외환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베선트의 이례적인 행보 가운데서도 가장 강경한 발언 중 하나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7월 31일 일본 정부와 공동으로 엔화 매입 조치를 단행했다. 엔화 가치는 이례적인 미일 공동 개입으로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트레이더들이 미 재무부의 외환 매입 자금력 한계를 지적하면서 상승분을 반납한 바 있다.
베선트는 헤지펀드 임원 시절 거액의 외환 베팅으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베선트는 지난 1년 동안 일본은행이 시장에 반복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는 금리를 올려 엔화를 지지하는 편을 선호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것을 유력하게 점치며, 이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마쓰카와 다다시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츠재팬 채권투자부문 대표는 “베선트의 발언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 재무장관에게 맞서지 말라’는 것”이라며 “몇 달에 한 번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존의 사고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베선트의 발언은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 가운데 하나인 일본의 경제정책 결정에 그가 이례적으로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베선트는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과 외환시장 개입을 조율해왔으며, 일본은행에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공개적인 압박도 점차 강화해왔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엔화를 지지하고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미 국채를 매각해야 할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
한편으로 고토 유지로 노무라증권 수석 외환전략가는 “베선트의 ‘비대칭 정보’ 발언은 단순한 허세일 가능성도 있으며, 실제로는 시장 가격에 이미 반영된 것 이상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엔화 가치는 도쿄시간 오후 2시 46분 현재 달러 대비 0.4% 상승한 달러당 153.36엔을 기록했다.
헤지펀드들은 연말까지 달러·엔 환율이 150엔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으며, 일부 장기 옵션 거래는 140엔까지의 하락을 겨냥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최근 155엔 아래로 떨어진 것은 트레이더들이 옵션을 통해 달러 약세·엔화 강세 포지션을 늘리도록 부추겼다. 155엔은 5월 일본 재무성이 시장 개입에 나섰음에도 돌파하지 못했던 지지선이었다.
나야 다쿠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글로벌마켓부문 외환거래그룹장은 “베선트의 발언은 현재 수준에서도 엔화가 추가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엔화 매도 포지션의 청산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엔화 매수 포지션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이달 안에도 150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