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가운데 중소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후퇴한 건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늘어 부채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수부진과 고물가, 고환율 등의 악재로 경기 회복의 온기가 중소기업까지 확산되지 못하면서 빚으로 버티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2026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83.8%에서 79.8%로 낮아졌지만, 중소기업은 103%에서 112.1%로 상승했다. 한 분기 만에 9.1%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차입금의존도도 30.7%에서 31.1%로 높아졌다. 중소기업의 재무 완충력이 대기업 대비 약하다는 신호다.
이번 지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모두 증가했다.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16.0%→30.5%,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5.1%→19.1%로 뛰었다. 중소기업 역시 2.4%→10.2%, 5.0%→ 5.3%으로 각각 늘었다. 대기업들의 경우 이같은 실적 호조가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진 반면, 중소기업은 수익 개선이 재무 안전성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원자재·원재료 가격 급등과 업체 간 경쟁 심화,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이 지속된 데다 올해 3월부터 중동발 원자재·물류비 부담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원재료·인건비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수입 식자재를 수입하는 A 중소기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8% 감소하며 당기순이익 적자전환했다. 신규 유통채널 확대로 매출 규모는 늘렸지만 고물가와 비용 부담 증가로 수익성은 악화했다. 필름·포장재 제조기업 B사는 중동 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플라스틱 원료(합성수지)의 톤당 가격이 15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김희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반도체 업종 등이 호황을 보였지만, 도소매, 음식 등 이런 업조에선 동조화되지 않았던 부분이 컸던 것"이라며 "내수 부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금리는 올라가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지고, 고물가가 이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고정비용이 크게 치솟으면서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7월 발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비용 부담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채무부담 수준에 대해 전체 응답 기업(500개사) 중 ‘적당함’이 53.2%로 가장 높았지만 ‘부담(버티기 어려움)’이라고 느끼는 비중도 26.4%를 나타냈다. 특히 소기업·소상공인이 중기업에 비해 채무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기업·소상공인은 ‘부담(버티기 어려움)’(28.1%) 응답이 높은 반면, 중기업은 ‘부담이 없음’(27.6%)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채무부담 이유와 관련해선 소기업·소상공인이 중기업에 비해 매출 악화와 원자재 가격 부담을 더 크게 느꼈고, 중기업은 인건비와 대출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소상공인들의 체감 경기 전망도 악화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7월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BSI)는 77.3으로 전월 대비 5.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중소기업의 채무 부담과 상환 여력은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채무부담 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정책금융 확대’와 조기 집행, ‘만기연장·상환유예’, ‘고금리 이자지원제도 재시행’ 등이 필요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