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분기 국내 기업들이 거둔 역대급 실적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양대산맥'이 자리를 잡고 있다. 통계상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7%에 육박하며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두 기업을 걷어내면 평균 수익성은 3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9일 한국은행의 ‘2026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은이 별도로 산출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외 분석치는 서늘한 현실을 보여준다. 두 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들의 2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2%로 전체 지표 대비 10.7%포인트(p)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보면 전체 지표가 치솟은 배경이 선명해진다. 연결 기준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거뒀다. 두 회사의 합산 매출은 250조8187억원, 영업이익은 150조426억원에 달한다. 합산 영업이익률만 59.8%로, 매출 100원당 약 60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두 기업의 압도적인 실적이 빠지자 전체 기업 성적표는 확연히 달라졌다. 2분기 전체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6.7%로 한은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수치는 12%로 반토막이 났다.
제조업으로 한정해 보면 '삼전닉스' 쏠림 현상은 한층 노골적이다. 2분기 제조업 전체의 매출액증가율은 39.6%, 영업이익률은 24.0%에 달했다. 그러나 두 기업을 제외하면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14.0%로 25.6%p 주저앉고, 영업이익률 역시 7.2%로 16.8%p 낮아진다. 제조업 전반이 동시에 초호황을 누렸다기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과실이 일부 기업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두 회사를 제외하면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간극도 크게 좁아진다. 비제조업의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9.7%, 5.0%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제조업의 매출 증가율(14.0%)과 영업이익률(7.2%)이 비제조업보단 양호하지만 전체 제조업 지표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와는 거리가 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두 곳의 압도적 실적이 통계 전체를 왜곡하고 있긴 하나 한국 경제의 실질적 기초체력이 나빠진 건 아니다. 두 기업을 제외한 매출 증가율 12.0%, 영업이익률 6.2%는 반도체 밖에서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 역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일제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전체 실적의 개선 폭이 두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투자나 메모리 가격이 꺾일 경우 국내 기업 실적 지표가 큰 폭으로 출렁일 수 있어서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하더라도 지표 방향성 자체는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하반기 견조한 AI 투자 수요로 반도체 호조가 이어지겠으나, 중동 상황과 미국의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경영 여건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