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승진”⋯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서열 몽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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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시니어리티 놓고 노사 정면충돌
회사 “대한항공 조종사 승격 지연 없어…90% 이상 빨라져”
임금·휴식 등은 상당 부분 의견 접근…14일부터 노조 집회

▲대한항공 B747-8i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 ‘서열(시니어리티)’ 문제가 노사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APU)이 11년 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가운데, 회사는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의 승진 불이익이 없도록 통합안을 마련했음에도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출신 조종사를 일괄적으로 후순위에 배치할 것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 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전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조종사노조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은 2015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노사 간 최대 쟁점은 양사 통합 이후 적용될 조종사 승진 서열이다. 시니어리티는 기장 승격과 운항 스케줄 등에 영향을 미쳐 조종사들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대한항공은 외부 컨설팅 등을 거쳐 양사 조종사의 기존 내부 서열을 유지하면서 대한항공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대한항공 출신 조종사가 아시아나항공 출신보다 우선 승진할 수 있도록 아시아나 조종사의 기존 경력과 자격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통합 이후 기재 규모와 필요한 기장 수 등을 반영해 승격 시기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 조종사의 승격 시기가 통합 전 예상보다 늦어지는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90% 이상의 조종사는 승격 시기가 단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민간 경력 조종사 역시 불이익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존부터 군 출신과 민간 경력 조종사 간 승격 서열에 각각 평균 9개월, 4년의 격차를 두고 있었는데 통합 후에도 양사의 기존 내부 서열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민간 경력 조종사는 아시아나 민간 경력 조종사보다 기장 승격 시점이 평균 3년3개월 앞서는 구조가 유지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통합 이후 승격 및 훈련 기준도 현행 대한항공 기준을 적용한다. 회사는 노조가 제기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에 대한 일부 기준 미적용 주장과 관련해 “통합 이후 기장 승진 요건과 훈련·심사 기준 모두 현재 대한항공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사는 시니어리티를 제외한 임금과 휴식 등에서는 상당 부분 의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임금 3.3% 인상과 10시간 이상 비행 후 현지 30시간 휴식의 전 노선 적용, 비행수당 산정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해 왔다.

대한항공은 서열 문제를 제외한 임금·단체협약 사항은 “잠정합의에 이를 수준으로 노사 간 의견 합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회사는 핵심 갈등이 임금이나 휴식 조건보다는 통합 이후 기장 승진 순위에 집중돼 있다는 입장이다.

쟁점이 되는 시니어리티가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도 노사 해석이 엇갈린다. 노조는 단체협약과 개정 노동조합법 등을 근거로 노사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합리적인 기준 아래 승진 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인사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과거 노조가 기장 승격 관련 단체협약 위반을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사용자 측 인사권을 인정하며 이를 기각한 전례도 제시했다.

노조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동쟁의 조정 기간 동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앞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토대로 쟁의권 확보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은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다만 항공운송사업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어 쟁의행위가 시작되더라도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 일정 수준의 운항은 유지된다.

항공업계에서는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조직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시점에 시니어리티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양사 조종사 간 내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조종사 서열은 승진과 근무 조건에 직접 연결되는 만큼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만을 우선하기보다 객관적인 경력과 자격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통합 과정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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