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여곳의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속한 30대 주니어 운용역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했다. 소속 운용사의 색깔과 인수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제고(밸류업) 전략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공통으로 가진 책임의식은 하나로 통했다. 단순히 인수 기업의 재무제표를 마사지해 차익을 남기고 떠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발을 들인 회사를 인수 전보다 더 건강하고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바꿔 놓겠다는 직업적 소명의식이다.
인터뷰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으로 PEF 업계 전체에 씌워진 '약탈적 자본', '먹튀'라는 차가운 편견을 걷어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자본시장의 현장에서 밤을 새우며 기업을 살려내려는 젊은 운용역들의 고뇌가 그늘진 프레임에 통째로 묻히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홈플러스 자금 수혈은 통상적인 PEF 문법을 한참 벗어난 이상한 책임이다. 김 회장은 600억원대 긴급운영자금(DIP) 연대보증 원리금과 이자 약 660억원을 변제했다. 자택을 비롯한 개인 자산을 담보로 조달해 투입했던 1000억원도 상환 요구를 받고 있으며, 최근 메리츠금융이 지원한 2000억원 규모의 신규 DIP 대출에도 연대보증을 섰다.
회생 과정에서 김 회장 측이 짊어진 직·간접 재무 부담만 6000억원에 이른다. 홈플러스가 정상화된 후 새 인수자에게 경영권을 넘겨줘야 하지만 회사의 청산을 막고 협력 업체 대금과 직원 급여를 해결하기 위해 사재와 보증을 쏟아붓는 기형적인 구조조정의 후원자가 된 셈이다. 해당 기업의 대주주도 아닌 펀드 운용사 수장이 사재와 보증을 엮어 천문학적인 개인적 리스크를 짊어진 사례는 PEF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사회가 PEF에 요구해야 할 책임의 범위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다.
김 회장이 짋어진 이상하고도 무거운 책임을 보면서 인터뷰 때 만났던 젊은 운용역들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 경영 효율화로 인수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을 직업적 소명으로 생각하는 운용역들이 K-PEF를 향한 '도전 정신'을 스스로 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