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설동훈의 사회읽기] ‘시민권 경계 설정’ 전환점에 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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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모든 아동 출생등록권’ 결정
참정권과 복지 수급권 구분 필요해
국적 한계 뛰어넘은 정책 마련해야

8월 28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예산 언박싱 2027’에는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고, 출생 아동에게 최대 2000만원의 ‘아이맞이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이 담겼다. 바로 전날 헌법재판소는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도 출생 즉시 그 존재를 등록할 권리가 있다고 결정했다. 관련 법률을 마련하지 않은 국회의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는 판단이었다. 무관해 보이는 두 사건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누구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어디까지 보호하고 지원할 것인가.

결혼·출산 지원정책은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라는 공적 등록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현행 가족관계등록제도는 대한민국 국민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국제결혼의 경우 외국인 배우자에 관한 사항을 기록할 수 있지만,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가족은 한국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신상을 기록할 수 없다.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은 본국 공관의 출생등록과 국적 확인을 거쳐 한국정부에 외국인등록을 해야 한다. 부모가 서류미비 체류자이거나 본국 공관을 이용하기 어려우면 이마저 불가능하다.

지원금의 국적·거주 요건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지급 기준으로 삼으면 공적 등록제도 밖에 놓인 사람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거주 국민은 기본적 수혜자로 상정되지만, 재외국민은 실제 거주와 귀국 여부에 따라 달리 취급될 수 있다. 국내에서 일하며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내는 외국인 주민은 정책 논의에서 뒷순위로 밀릴 공산이 크다. 국적을 일차적 경계로 삼고, 거주지와 체류자격에 따라 권리를 다시 차등화하는 것이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에서도 이러한 구조가 드러났다.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제외됐지만, 내국인과 함께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외국인이나 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인정자 가운데 건강보험 요건을 충족한 사람은 선별적으로 포함됐다. 해외 체류 국민에게도 정해진 기간 안에 귀국하면 이의신청을 통해 지원받을 길을 열어두었다. 국적뿐 아니라 거주, 가족관계, 체류자격과 사회보험 가입 여부가 겹겹의 문턱을 이루며 수급권의 경계를 정한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이런 국적 중심의 경계 설정에 균열을 냈다. 재판부는 부모의 국적과 체류자격, 본국에서의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를 가진다고 밝혔다. 출생등록은 국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아동을 의료·교육·복지와 폭력 방지의 안전망 안으로 들이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다. 그것은 국적 또는 합법적 체류자격 부여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주목할 점은 헌재가 이 권리를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모든 아동의 보편적 권리에서 도출했다는 사실이다. ‘국적을 기준으로 한 자원 배분’과 ‘국적을 넘어선 인간 존중’이라는 두 개념 사이의 간극은 한국사회가 시민권의 경계를 다시 그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음을 알려준다.

이제 국내 거주 국민, 해외 거주 국민, 국내 거주 외국인의 권리를 어떤 원칙으로 부여할지 논의해야 한다. 참정권처럼 국적을 기준으로 삼는 권리와, 출생등록과 의료·교육, 재난으로부터의 보호처럼 인간의 존엄과 실질적 거주를 우선하는 권리는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부담해 온 주민 지원 제도는 사회적 기여와 생활의 실제를 기준으로 삼는 게 마땅하다.

결국 쟁점은 지원금이 누구에게 도달하도록 설계됐는가에 있다. 저출생은 이 사회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든 사람의 문제다. 국적을 두터운 경계로 남겨둔 인구정책은 인권의 요청에도, 인구 위기의 현실에도 온전히 답할 수 없다. 모든 출생을 기록하는 국가라면 그 존재가 이 사회에서 살아갈 구성원이라는 사실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절반의 대책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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