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 기후의 습격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여름 40도를 웃도는 폭염에 온열질환을 걱정하던 남부지방에는 며칠 뒤 900㎜가 넘는 물폭탄이 며칠 새 떨어졌다. 여름 기간 전체로 보면 중부지방은 호우에 시달렸고 남부지방은 가뭄으로 고생했다. 폭염과 가뭄, 호우의 강도와 변동 폭은 해가 갈수록 극단화하는 모습이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였던 지난달 15일부터 18일까지 거제에는 최대 968.1㎜의 비가 쏟아졌다. 가뭄 ‘심각’ 단계까지 겪던 지역에 단 며칠 새 거제 여름철 강수량 평년값(935.1㎜)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17일 하루에만 654.3㎜가 내렸는데 이는 기상 관측 이래 세 번째 많은 수준이었다.
기후 극단은 폭염에서도 뚜렷했다. 경남 양산의 최고기온은 지난달 2일 42.5도까지 치솟는 등 동해안과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40도 안팎의 더위가 이어졌다. 기상청 집계 결과 올해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4도로 평년보다 1.7도 높아 가장 더웠던 2025년과 2024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여름철 전국 폭염일수는 21.5일로 평년(10.6일)의 약 2배에 달했다. 열대야일수는 18.2일로 평년(6.5일)의 약 2.8배로 집계돼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기상청은 이런 극단화의 배경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을 지목한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4.3도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8월 평균 해수면 온도는 27.5도로 최근 10년 중 세 번째로 높았고, 8월 하순에는 28.0도로 가장 높았다. 해역별로는 남해가 25.4도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따뜻해진 바다는 대기에 수증기를 공급해 폭염을 지탱하는 동시에 정체전선이나 태풍이 몰고 올 때는 호우 위력을 키우는 화약고 역할을 한다.
이렇듯 한반도 극단 기후는 지구 기후 변화에 따른 ‘뉴노멀’로 자리 잡은 만큼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극단적인 폭염과 호우, 가뭄은 지난해에도 우리나라를 강타한 바 있다.
정부가 펴낸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지역에선 3월 하순 이례적인 고온·건조한 바람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6월부터 시작된 더위는 10월까지 지속해 고온현상이 계속됐고, 강원영동 지역에선 가뭄이 심화했다. 9~10월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리면서 가을철 전국 강수 일수는 평년 22.6일의 1.5배 수준인 34.3일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후 극단화가 단순한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을 넘어, 앞으로 상상 이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미래학과 학과장(기후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현재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기후에 대해 “폭우가 내렸다가 폭염으로 이어지고, 다시 호우가 오는 등 기후 변동성이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불과 5년 전만 해도 40도가 넘는 더위를 쉽게 상상하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도 그 전보다는 분명히 더웠고 지금도 계속 더워지고 있다”며 “현재의 이상 기후가 이대로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