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 뒤처지면 국가안보 위협”
사용료 의무화 시 빅테크 과점 우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학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에 대해 저작권법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창의적·과학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AI가 글을 학습하는 과정을 원저작물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과 구분했다. AI 모델 훈련을 위한 저작물 사용은 “고도로 변형적인(exceedingly transformative)” 행위이며 원저작물의 시장이나 가치도 훼손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공정 이용은 일정한 조건 아래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미국 저작권법상의 원칙이다.
NYT는 2023년 12월 오픈AI와 MS가 자사 기사 수백만 건을 허가 없이 챗GPT와 코파일럿 등의 훈련에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생성형 AI 학습에 저작권 콘텐츠를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언론·출판업계와 AI 기업 간 소송이 잇따랐다. 일부 언론사는 AI 기업과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WSJ 모회사 뉴스코프도 오픈AI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법무부는 AI 기업에 콘텐츠 사용료 지급을 사실상 의무화할 경우 오히려 시장 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감당할 자본을 가진 대형 기술기업만 LLM을 개발할 수 있게 돼 시장 과점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유 콘텐츠가 많은 기존 대형 언론사에 이익이 지나치게 집중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AI 저작권 문제를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국가안보 문제로 끌어올렸다. 법무부는 의견서에서 “미국에서 강력한 AI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상당히 어렵게 만드는 법적 규칙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그러한 제약을 받지 않는 외국의 적대국에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규제를 최소화해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미국 정부가 AI 기업의 저작권 콘텐츠 활용에 폭넓은 공정 이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법정에서 명확히 밝힌 셈이다.
NYT는 즉각 반발했다. NYT 대변인은 “정부가 작품을 도용당한 수많은 미국 창작자를 희생시키면서 소수의 수조 달러 규모 AI 기업 편을 들고 있다”며 정부 입장이 “건강한 사회가 의존하고 AI 자체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인간 창작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소송은 증거개시 절차를 마친 상태로, 양측은 조만간 핵심 쟁점에 대해 재판 없이 판단해 달라는 취지의 새로운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원이 AI 학습을 공정 이용으로 폭넓게 인정할 경우 향후 언론·출판·음원 등 생성형 AI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의 향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