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CGV등 멀티플렉스, 시청각장애인용 화면해설·자막 제공해야”...10년만에 확정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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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일부 패소 부분도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대법 최초로 장애인 당사자 위한 쉬운 판결문(이지리드) 제공

▲3일 대법원 1부가 선고한 차별구제 소송 상고심에서 제공된 쉬운 판결문 일부 (대법원)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이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위한 기기와 서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이 제기된지 10년만에 나온 확정판결이다. 대법원은 이번 선고에서 최초로 수어통역을 지원했고,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쉬운 판결문(이지리드)도 함께 제공했다.

3일 대법원 1부(천대엽 주심 대법관)는 “CGV 등 피고들이 화면해설·자막, 이를 수신할 수 있는 기기와 서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금지되는 차별행위라고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했다”고 밝혔다.

또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범위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첩적으로 적용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적극적 조치’의 내용과 범위를 정한 원심 판결은 CGV 등 피고들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한 것으로서 그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면서 “이 부분 원고들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CGV 등 피고의 상고는 기각됐고, 이들 피고가 원고를 포함한 시·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을 위해 무엇을 얼마만큼 제공해야 하는지 그 내용과 범위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 서울고법이 재심리하게된다.

A씨 등 시·청각장애인 4명은 2016년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에 ‘시·청각장애인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이번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시각장애인은 귀로 듣는 화면해설 버전, 청각장애인은 눈으로 보는 한글자막 버전이 각 영화관람에 필요하다.

1심 재판부는 이듬해인 201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들어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18년 멀티플렉스 3사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원고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인정하되 상영횟수나 단말기 마련 대수 등 영화관에 부과된 의무를 보다 구체화했다.

2심 재판부는 좌석 수 300석 이상인 극장일 경우를 전제로, 1개 상영관에서 전체 상영 회차 중 3%에 해당하는 만큼 시청각장애인용 버전을 상영하라고 판시했다. 전체 100번 중 3번은 원고들을 위해 상영하란 의미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3사는 재차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날 대법원은 해당 상고를 기각하는 동시에 원고들의 차별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더 유심히 살펴보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손상이나 기능상실로 많은 생활영역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우므로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의 적극적 조치가 요구된다”면서 “헌법이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 및 경제상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이러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은 장애인의 능동적 사회 참여를 위한 필수조건이고, 영화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정보’에 해당하므로 이에 접근하고 이를 향유할 장애인의 권리 보장은 장애인 개인의 자아발전 및 사회참여의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장애인 아닌 사람의 사회통합을 위한 직접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일 대법원 1부가 선고한 차별구제 소송 상고심에서 제공된 쉬운 판결문 일부 (대법원)

대법원은 이날 원고들을 위한 이지리드 판결문도 함께 제공했다.

해당 판결문에는 “서울고등법원은 잘못 판결했습니다”, “영화관의 비용만 너무 많이 생각했습니다”, “장애인과 영화관 양쪽의 입장을 모두 잘 살펴서 새로운 판결을 해야 합니다” 등의 쉬운 설명 문장과 이를 잘 이해하도록 돕는 그림을 담았다.

대법원은 “대법원에서 이지리드 판결서가 제공된 첫 사례”라면서 “최종심에서 판결 요지나 안내 수준울 넘어서 판결서 자체에 이지리드 방식으로 그 내용을 작성·반영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쉽게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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