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중학생 450여명 선발해 2년 교육
한국외대·서울대 손잡고 언어·과학 역량 강화
지원 대상 아닌 ‘글로벌 인재’로 관점 전환

다문화 가정에서 두 개의 언어와 문화를 경험한다는 것은 약점일까, 강점일까. LG는 후자에 주목했다. 한국어가 서툴거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청소년을 단순한 지원 대상으로 바라보는 대신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잠재력을 가진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0년 시작한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다문화 학교’가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LG다문화학교는 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다문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매년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 성평등가족부 등의 협조를 받아 초·중학생 약 450명을 선발해 2년 동안 교육한다. 지난해까지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졸업생은 7000여 명에 달한다. 단발성 장학금이나 교육비 지원이 아니라 청소년의 강점을 발굴하고 장기간 육성하는 방식으로 사회공헌의 틀을 짰다.
교육 과정에도 이 같은 철학이 반영됐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 전문 교육기관과 협력해 베트남·중국·태국·러시아 등 8개국 언어를 교육하고 문화와 과학 분야의 역량을 함께 키운다.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경험한 배경을 보완해야 할 ‘차이’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LG다문화학교는 처음부터 장기 육성을 목표로 했다. 2014년 당시에도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학생을 선발해 한국외대와 KAIST 교수진, 대학생들이 2년간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당시에는 과학인재과정과 언어인재과정, 온라인과정을 별도로 운영하며 학생의 재능에 맞춰 교육했다. 1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오는 동안 참여 규모와 교육 과정은 달라졌지만 다문화 청소년의 강점을 찾아 키운다는 기본 방향은 유지됐다.
올해 열린 ‘중등 몰입캠프’에서는 이 같은 장기 프로그램의 특징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국에서 선발된 8개 언어권 중학생 등 90여명이 강원 강릉에 모여 언어 구사력을 높이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집중 교육을 받았다. 졸업생 선배들도 멘토로 참여했다. 초등교사와 약사부터 글로벌 빅테크·IT 기업 재직자까지 먼저 프로그램을 거쳐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후배들의 학업과 진로 고민을 함께 나눴다.
이는 기업 사회공헌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취약계층 지원이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개인이 가진 가능성을 찾아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LG다문화학교 역시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이중언어와 다문화 경험 자체를 미래 역량으로 바라본다. ‘다문화 학생이어서 지원한다’에서 ‘다문화 학생이기 때문에 가진 경쟁력을 키운다’로 관점을 바꾼 셈이다.
LG의 사회공헌에서 ‘지속성’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문화 청소년을 16년간 교육하는 것은 한 번의 지원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사회공헌의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한 사람의 가능성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LG가 오랜 시간 이어온 ‘사람을 키우는 CSR’의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