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는데 부실채권 이미 19조…가계·기업·은행 ‘건전성 경고음’ [고금리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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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채권 18.9조 원 돌파…기업대출 중심 8년 만에 최대
한은 연속 금리 인상·물가 압력 맞물려…하반기 이자 부담 '본격화'
충당금 적립률 22.6%p 급락…대출 축소 따른 신용 경색 우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이 19조원에 육박하며 8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이 가파르게 쌓인 가운데 잇단 기준금리 인상 여파까지 본격화할 경우 취약차주 발(發) 부실이 은행권 전반의 건전성을 뒤흔드는 악순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은 18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8년 6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특히 기업여신 부실채권이 1년 새 2조1000억원 늘어난 15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새롭게 부실로 전락하는 대출 속도도 가파르다. 2분기 중 발생한 신규 부실채권은 7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7000억원 급증했다. 이 중 기업여신 신규 부실만 5조700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번 집계가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하기 전 수치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를 연 3.00%까지 끌어올렸다. 조달금리와 준거금리 상승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구조를 감안하면, 차주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추가 인상 압력도 여전하다. 이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를 기록하며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진입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3.4% 뛰었다. 한은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비용 충격과 수요 압력이 이어져 물가 상방 위험이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

금리 상승 충격은 기초체력이 약한 한계기업과 자영업자, 취약차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상환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 늘면 연체와 부실로 직결된다.

차주 부실은 은행의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진다. 부실채권이 늘면 손실 흡수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다. 실제 6월 말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42.9%로 1년 전보다 22.6%포인트(p) 하락했다. 금융당국 역시 신용위험 확대에 대비해 은행권의 완충자본 확충 등 모니터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보수화되면 신용 공급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뒤따른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심사를 조이고 한도를 축소하면 취약차주의 자금난이 가중돼 다시 연쇄 부실로 이어지는 '신용 경색'의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전반적인 손실흡수능력은 아직 양호하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면 임계점에 달한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부실이 터져 나올 수 있다"며 "일부 반도체 대기업의 호실적으로 경제 전반의 위험이 가려지는 '착시 효과'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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