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속도'를 흔들 뿐⋯美 해군 재건의 열쇠는 'K-조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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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하원 탈환 가능성…함정 해외건조·핵잠 사업은 속도조절 변수
美 함정 생산·정비난은 구조적…HD현대도 현지 조선소 인수 검토
유럽 재무장 지속…“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 다시 할까”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황금함대'(Golden Fleet·골든플리트) 구축 구상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 정부든 공화당 정부든 미 해군에 필요한 전력은 같습니다. 미국 조선업이 그 수요를 다 채우지 못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조선업이 필요하다는 건 하나의 ‘상수’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방산기업 관계자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K방산의 향방을 이같이 설명했다. 정권에 따라 한국 조선업을 활용하는 방법과 사업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함정 부족과 조선·정비능력 부족까지 선거로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MRO 지연으로 해군 전력 운용에 차질이 있다는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계속 제기됐다”고 말했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35석이 걸려 있다. 현재 판세는 하원에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상원은 공화당이 방어하기 좋은 구조다. 세종연구소는 ‘민주당 하원·공화당 상원’의 의회 분점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양원 승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민주당 약진 땐 속도조절…트럼프표 사업부터 영향

민주당이 약진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속도를 낸 사업부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원은 예산과 청문회, 조사권으로 행정부 사업에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세종연구소는 민주당이 양원을 가져가더라도 대외정책이 곧바로 민주당 노선으로 전환되기보다는 대통령과 의회 간 충돌이 늘고 정책 집행과 예산 투입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게 미 함정의 해외 건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핀란드 모델’을 적용해 외국 조선사가 미국 조선소를 새로 짓거나 기존 조선소의 지배지분을 확보하면 최초 2척을 본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이후 물량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하고 미국인 고용·훈련, 기술이전과 미국 공급망 구축도 요구된다. 해외 건조에는 의회 통보 절차도 거쳐야 한다.

핵추진잠수함은 정치적 민감도가 더 높다. 민주당 내 비확산론자의 영향력이 커지면 원자로와 핵연료를 포함한 협의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세종연구소도 민주당의 의회 장악력이 강해질 경우 한국의 핵잠수함 구상이 늦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권 바뀌어도 못 푸는 美 함정난…조선능력 부족은 ‘상수’

반면 미국의 조선능력 부족은 정권과 무관한 구조적 문제다. 미 정부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공격형 잠수함은 최근 10년간 정비 지연과 대기로 1만5000일이 넘는 작전 가능 일수를 잃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만 34억달러에 달한다. GAO는 향후 퇴역 잠수함이 늘면서 조선소 처리능력 부족에 따른 추가 비용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필요한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해군의 2027년 계획대로라면 2035년까지 미국 조선업계가 생산해야 할 대형 수상전투함 톤수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30년간 생산량도 기존 계획보다 약 60% 늘어난다. CBO는 이를 소화하는 것이 미국 조선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봤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 조선업이 인력과 시설, 공급망, 조달 문제로 해군이 원하는 속도와 규모에 맞춰 함정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한국·일본 기업의 미국 조선소 투자와 함정 블록 공동생산, 동맹국 건조 함정 구매, 해외 MRO 확대 등 네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특히 해외 생산능력과 미국 내 투자·인력양성을 함께 묶는 혼합형 모델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했다.

신중하던 HD현대도 움직였다…美 조선소 인수까지 검토

이 같은 판단은 국내 조선업계의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HD현대는 그동안 미국 최대 군함 건조사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HII)와 기술·생산 협력을 확대하는 데 무게를 뒀지만 최근에는 미국 조선소 인수와 지분 투자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버러스캐피탈·산업은행과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를 포함한 공동 투자 프로그램도 꾸렸다.

HD현대중공업 내부에서도 미국 사업의 필요성 자체보다 투자 시기와 조건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고위 관계자는 “늦게 투자하면 비용은 더 들 수 있지만 그만큼 상황을 충분히 따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의회가 여전히 보수적인 만큼 결국 예산이 실제 반영되는지는 봐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보다 중요한 건 국방비…“과거로 돌아가긴 어렵다”

미국 밖에서도 무기 수요는 높은 수준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2025년 유럽의 주요 무기 수입은 직전 5년보다 210% 늘었다. 유럽 NATO 회원국의 수입은 143% 증가했다. 한국은 이들 국가 무기 수입의 8.6%를 공급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공급국이었다. SIPRI는 러시아의 위협과 미국의 유럽 방위공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럽의 무기 수요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업계가 장기적으로 보는 지표는 미국 중간선거 하나가 아니다. 각국의 국방비 증가세가 언제 꺾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고위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시장이 과거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며 “다른 지표보다 결국 각국의 국방비를 보면 된다. 지금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언제든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각국 국방비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미국이 다시 확실한 ‘세계의 경찰’ 역할로 돌아오고 각국 국방비가 꺾이는 때가 온다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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