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선택권 커지는 서울 오피스
사전 마케팅이 건물가치 좌우
임대차는 오피스 운용·매각과 연결
원스톱 자문 서비스 경쟁력 높아져

서울 오피스 시장의 승부처가 달라졌다. 임차인을 얼마나 빨리 채우느냐를 넘어 시장 분석부터 개발·운영·임대·매각까지 자산의 전 생애주기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솔루션이 건물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서 오피스 임대자문 업무를 맡는 배병휴 이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부에서 "임대 자문을 독립된 영역으로 분리하지 않고 자산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운영, 최종 매각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와 연계해 종합적인 자문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이 세빌스코리아의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배 이사는 SK 11번가, 넥슨코리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주요 기업의 오피스 임대차 자문을 수행했으며, 현재 G1서울과 마곡 원그로브 임대 컨설팅을 맡고 있다.
공급 늘어나는 CBD…오피스 시장 '임차인 우위' 전환
통합 자문이 중요해진 이유는 최근 서울 오피스 시장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배 이사는 현재 국내 오피스 시장이 중대한 구조적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광화문, 을지로 일대의 도심권역(CBD)을 중심으로 신규 공급이 집중되면서 시장 주도권이 임대인 중심에서 점차 임차인 우위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향후 CBD 내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되어 있어, 오피스 소유주들의 공실 해소 및 준공 후 임대 안정화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마케팅 전략에 대한 자문 수요가 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을지로·종로 일대를 비롯해 수송동 정비사업, 서울역 북부역세권, 힐튼호텔 개발,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주요 거점에서 굵직한 개발 사업들이 순차적으로 개발을 앞두고 있어 공급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신규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회되면 임대인 간의 임차인 유치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이라며 " 강남권역(GBD)은 대형 프라임 오피스를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지만, 연면적 1만평 내외의 기축 오피스의 경우 임대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애드(자산가체 제고)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역 뿐 아니라 자산 규모와 인프라 시설에 따른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확대 기조 속에서 임대인의 전략 역시 '기존 임차인 유지(Retention)'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기존 임차인이 이탈하면 장기 공실 리스크와 더불어 신규 유치를 위한 렌트프리(무상 임차료), 인테리어 공사비 지원 등 추가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배 이사는 "신축 자산의 공급이 늘어날수록 기존 임차인의 이전 선택지가 많아지므로, 임대인은 기존 계약 갱신 전략과 신규 임차인 유치 전략을 정밀하게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단순 표면 임대료보다는 실질 점유 비용을 기준으로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분석 시 명목 임대료에 머무르지 않고, 렌트프리와 관리비, 인센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전용면적당 실질 점유 비용을 기준으로 정밀한 임대차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라임급 대형 자산과 달리 중소형 오피스에서는 공유오피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 이사는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초기 스타트업 및 성장 기업은 비용 효율성과 인력 증감의 유연성을 위해 공유오피스 입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유오피스를 통해 공실 리스크를 완충하는 동시에, 입주 기업이 스케일업함에 따라 이미 익숙한 건물 내 일반 전용 오피스로 확장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잠재적 앵커(핵심) 임차인 육성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배 이사가 세빌스코리아의 강점으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조직 간 유기적인 협업이다. 임대자문팀을 비롯해 투자자문, 자산관리, 컨설팅, 리서치, 시공관리 등 전문 조직들이 각자의 업무 영역에 머물지 않고 프로젝트 성격에 맞춰 상시적이고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관련 부서 간 정기적인 협의체 운영은 물론, 실무진 간 즉각적인 아이디어 공유와 전략 수립이 이뤄진다. 임대차 자문 역시 특정 단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발 기획 단계에서 타깃 산업군 분석 및 적정 임대료 검토를 통해 전반적인 현금흐름을 설정하고, 착공 이후에는 연계된 부서와 함께 공정 및 공간 구성을 조율한다. 준공 이후에는 신속한 공실 해소를 위한 임대 마케팅 업무를 전개하며, 자산운용 및 밸류애드, 최종 엑시트(매각) 단계에서도 임대차 수익구조를 최적화해 자산 가치를 극대화한다.
그는 "입주사의 공간기획, 인테리어 디자인 및 시설 공사가 필요할 경우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부서가 초기부터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며, 공사 단계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임차인) 수요를 완벽히 일치시킨다"고 설명했다.
부서 간 협업은 특히 대형 앵커 테넌트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시너지를 낸다. 대형 기업의 사옥 이전 등은 의사결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준공 후 마케팅에 나서기보다 기획 단계부터 잠재 수요를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배 이사는 "신규 프라임 오피스의 경우 준공 이전 단계부터 체계적인 사전 마케팅을 진행한다"며 "잠재 임차인의 주차 대수 요건, 층별 레이아웃, 인프라 사양 등을 설계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량 임차인이 선확보된 자산은 안정적인 임대료 현금흐름이 보장되므로 향후 자산 매각 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는 "장기 우량 임차인의 사전 유치는 건물의 안정적인 운용 수익을 담보하는 동시에, 성공적인 매각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라며 시장의 핵심 인차인 선호 현상을 설명했다. 아울러 "신규 오피스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신축 자산 간의 앵커 테넌트 유치 경쟁도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플랫폼의 공격적인 확장도 주목할 부분이다. 세빌스는 최근 미국 유수의 부동산 투자은행(IB)인 이스트딜시큐어드의 지분 100%를 11억1250만달러에 인수해, 북미 및 글로벌 자본시장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배 이사는 "이스트딜시큐어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초대형 거래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온 굴지의 IB로, 독보적인 글로벌 네트워크와 딜 구조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2016년 당시 AIG 소유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를 글로벌 대체투자운용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에 2조5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인수로 북미 자본 시장과의 연결성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외 고객에게 제공하는 자문 서비스의 스펙트럼도 크게 확장됐다. 그는 "투자 자문에만 그치지 않고 통합적인 크로스보더(국경간) 시너지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과 국내 기관·기업의 해외 진출 및 투자 전 과정에서 전방위적인 글로벌 자문 역량을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