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안정제 첫 도입·재해보험 확대…AI 농업·K-푸드에도 투자
농지·농안·FTA기금 통합 추진…4개 기금 채무 약 3조1000억원 상환

농림축산식품부의 2027년도 예산안이 올해보다 10.4% 늘어난 22조2215억원으로 편성됐다. 증가액은 2조853억원으로,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예산안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등을 담당하는 미래대응기금 사업비 1조1921억원이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국가 책임형 농업 안전망 확충과 농촌 정주 여건 개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농업 혁신, K-푸드 수출 확대 등에 재원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농지관리·농산물가격안정·자유무역협정(FTA)·축산발전기금에 쌓인 약 3조1000억원의 채무도 상환할 계획이다. 채무 상환분까지 포함하면 내년도 농식품 분야 재정 규모는 25조3081억원으로, 올해보다 25.7% 증가한다.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한 공익직불 예산은 올해 2조9703억원에서 내년 3조615억원으로 늘어나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선다.
기본형 직불금은 2조5215억원으로 확대한다. 현재 논 지급단가의 80% 수준인 비진흥지역 밭 직불금은 논과 같은 수준으로 올린다. 전략작물직불 예산도 4568억원으로 늘리고 실질적인 휴경 효과가 있는 녹비를 신규 품목으로 도입한다.
친환경농업직불 예산은 407억원에서 641억원으로 확대한다. 산란계와 돼지 농가를 대상으로 한 동물복지축산직불도 34억원 규모로 시범 도입한다.
주요 농산물의 평균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에는 신규로 91억원을 편성했다.
이상기후와 농작업 사고에 대한 보장도 강화한다.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을 78개에서 80개로, 수입안정보험 대상은 20개에서 30개로 늘린다. 보험 운영이 어려운 작물을 지원하는 ‘농작물 준보험’도 77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농업인 안전재해보험 예산은 956억원에서 1228억원으로 늘려 보장 수준을 산업재해보험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청년농 지원도 확대한다. 예비농업인 1150명을 대상으로 이론교육과 현장실습을 제공하는 가칭 ‘청년농업학교’를 신설하고, 영농정착지원금으로 월 최대 110만원을 지원한다. 청년농 등에 공급하는 농지는 5230㏊에서 6800㏊로 늘어난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은 1조1658억원으로 확대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 10개 군이던 대상 지역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7개 군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가운데 절반 수준인 35개 군으로 확대한다.
대상 지역 주민에게는 매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국비 지원 비율도 40%에서 50%로 높인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는 정부가 처음으로 2000억원을 출연한다. 농촌형 교통서비스 예산은 290억원에서 724억원으로 늘리고, AI 기반 수요응답형 교통 모델을 82개 군으로 확대한다. 고단열 설계 등을 적용한 농촌 패시브하우스 신축·개량에는 6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새로 공급한다.
농업 생산·유통 분야에는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농업 피지컬 AI 현장 실증·확산 사업에 신규로 208억원을 투입해 AI 농기계 공유센터 15곳을 조성하고 농업로봇 210대를 보급한다. 공공과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농산물 스마트 풀필먼트센터 구축에도 55억원을 편성했다.
K-푸드 수출 지원도 강화한다. 수출 바우처와 농산물 전문생산단지 지원 등에 1364억원을 투입하고, 유망 수출기업을 육성하는 ‘넥스트 K-푸드’ 사업 예산은 6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린다. 해외 한식당 등의 국산 식재료 사용을 수출로 연결하기 위한 ‘K-식자재 해외진출지원자금’도 136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먹거리 돌봄 분야에서는 농식품바우처 예산을 866억원으로 늘리고 1인 가구 지원액을 월 4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한다.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국비 지원단가는 한 끼당 2000원에서 3000원으로 높이고,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기간은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한다.

농식품부는 농지관리기금과 농산물가격안정기금, FTA기금 등 3개 기금을 통합해 가칭 ‘농업발전기금’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농식품부가 운용하는 7개 기금 가운데 일부는 사업비 지출이 늘어나는 반면 부담금 등 자체 재원은 줄어 재정 여건이 악화한 상태다. 농지·농안·축산발전·FTA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잔액은 지난 8월 기준 약 3조1000억원이며, 연간 이자 부담도 12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통합 대상은 일정 수준의 자체 재원이 있고 농업인을 폭넓게 지원하는 농지·농안·FTA기금이다. 목적·대상이 한정돼 있거나 통합 실익이 크지 않은 축산발전기금 등 나머지 기금은 현행 체계를 유지한다. 다만 이번 채무 정리 대상에는 통합 대상 3개 기금뿐 아니라 축산발전기금도 포함된다.
통합기금은 농식품부가 직접 운영하고 자금 지급·회수 등의 실무는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국립종자원 등에 맡길 예정이다. 기존 기금의 재원은 유지하면서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전입금 등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새로 마련하고, 재원과 사업·자산을 단일계정으로 통합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가격안정제와 농산물 수급 안정, 농지 매입 등 핵심 사업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기후변화·고령화·농업 분야 인공지능 전환(AX) 등 신규 과제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기금 통합 방안은 관련 법률 개정 절차를 각각 거쳐 확정된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농특세 세입 증가로 확보된 재정 여력을 농업·농촌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충실히 투자하겠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농업·농촌에 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보완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