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 지정 빨라져도 착공은 먼 길⋯조합설립 후 착공까지 10년 [정비구역 문턱 낮추기, 공급 당길까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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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시행인가 뒤에도 평균 6년
관리처분 후 첫 삽까지 3년 6개월

▲(사진=AI 생성)

정비구역 지정 속도를 높이더라도 실제 착공까지는 훨씬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서울의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은 사업의 큰 틀이 마련되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에도 착공까지 평균 6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을 설립해 사업 추진 주체를 갖춘 뒤에도 첫 삽을 뜨기까지 평균 10년이 소요됐다.

31일 서울시의 '2026년 6월 정비사업 추진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계획 가구 수가 확인되는 서울 정비사업 410곳 가운데 500가구 이하는 110곳(3만3102가구)이다. 이중 착공 단계에 들어간 사업장은 23곳(5534가구)이다. 사업장 수 기준 20.9%, 계획 물량으로는 16.7%다. 나머지 87곳(2만7568가구)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 사이의 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착공한 23곳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뒤 첫 삽을 뜨기까지 평균 2235일이 걸렸다. 약 6년 1개월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 때 아파트 동수와 높이, 가구 수, 배치 등이 정해지지만, 이후에도 관리처분과 이주·철거, 자금조달 등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는 평균 945일, 약 2년 7개월이 걸렸다.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에게 돌아갈 새 아파트와 분담금, 일반분양 물량 등을 정하는 단계다. 공사비가 오르거나 일반분양 수입이 줄면 조합원 부담이 커져 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뒤 착공하기까지는 평균 1290일, 약 3년 6개월이 더 필요했다. 관리처분계획이 확정돼도 세입자 보상과 주민 이주, 건축물 철거, 이주비·사업비 조달,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이 남는다.

특히 공사비와 분담금이 사업 속도를 좌우한다.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르면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이는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진다.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공사 계약 변경과 착공이 미뤄질 수 있다. 이주비 대출이 막히거나 세입자 보상과 명도 소송이 길어져도 사업은 멈춘다.

조합설립인가일이 확인되는 착공 사업장 16곳을 따로 분석한 결과 조합을 세운 뒤 착공까지 평균 3654일, 약 10년이 걸렸다. 16곳 가운데 13곳은 5년 이상, 7곳은 10년 이상 걸렸다.

가장 오래 걸린 종로구 신영1구역은 2000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착공까지 약 22년 9개월이 걸렸다. 노원구 월계동 재해관리구역은 약 19년 9개월, 동작구 노량진2구역은 약 15년 5개월이 소요됐다. 서대문구 영천구역과 성북구 동선2구역도 각각 14년 이상 걸렸다.

장기 지연에는 조합 내부 갈등과 소송, 사업성 악화, 시공사 교체, 공사비 협상과 이주·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대부분 정비구역 지정권자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다.

정비구역 지정권 이양이 직접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사업 초기의 지정 절차에 한정된다. 이후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이미 자치구청장이 맡고 있다. 지정권자가 바뀌더라도 공사비와 분담금 갈등, 자금 조달, 이주와 철거 등의 후속 절차가 그대로라면 실제 착공 시기를 크게 앞당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정비사업의 주된 걸림돌은 행정 절차보다 공사비 상승과 사업성 악화, 조합원 분담금과 금리 문제"라며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는 것만으로는 사업 기간을 크게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서울시가 규제와 금융 여건을 함께 조정해 사업성을 보완하는 것이 실제 착공을 앞당기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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