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국보다 CPTPP 먼저 가입해야…中 선가입 땐 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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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CPTPP 12개국 교역 3410억달러…중국·미국 웃돌아
미·중 통상압박 완충지대…농어업 개방 우려는 협상 과제

▲CPTPP 가입 순서와 교역액, 기대효과와 과제 인포그래픽 (‘신통상 질서의 미래: 한국의 기회와 도전’ 국제세미나 발표 자료)
한국이 중국보다 먼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이 먼저 CPTPP 회원국이 되면 만장일치 원칙을 활용해 한국의 가입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국경제인협회가 서울 FKI타워에서 개최한 ‘신통상 질서의 미래: 한국의 기회와 도전’ 국제세미나에서 제프리 J.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이 밝혔다.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2021년 9월 CPTPP 가입을 신청했으며 국유기업과 노동, 국경 간 데이터 이동 등을 둘러싼 우려로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 먼저 가입하면 중국의 가입 조건을 결정하는 데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중국이 먼저 들어가면 한국의 가입에 거부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CPTPP는 회원국의 신규 가입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현재 한국은 가입에 관심을 표명한 단계지만 중국은 공식적으로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한국과 CPTPP 회원국 간 교역 규모도 이미 중국이나 미국과의 교역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과 CPTPP 12개 회원국의 교역액은 약 3410억달러로, 한국 전체 상품 교역액 1조3410억달러의 약 25%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과의 교역액 약 2730억달러와 미국과의 교역액 약 1960억달러보다 많다. CPTPP 회원국 전체와의 교역액을 중국·미국 개별 국가와 비교한 수치지만, CPTPP가 한국의 최대 교역권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CPTPP 12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양자 또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을 통해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협정마다 시장 개방 범위와 규범 수준이 달라 CPTPP 가입을 통해 통합된 제도적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을 “관계는 이미 존재하며, 없는 것은 그것을 감싸는 틀”이라고 표현했다. CPTPP 가입이 미국과 중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는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CPTPP 가입 효과로 ‘문제의 관리’와 ‘규범의 형성’을 제시했다. 광물과 기계류, 산업용 중간재 등 CPTPP 회원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구속력 있는 무역규범과 분쟁 해결 절차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노동·환경·보조금 등 새 통상규범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현대 통상협정은 관세 인하뿐 아니라 데이터와 보조금, 노동, 환경 분야의 규범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CPTPP 회원국과 더 깊고 폭넓은 의무를 마련하는 것은 한국이 가입해야 할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농어업 분야의 시장 개방 우려는 가입 협상의 주요 과제로 꼽혔다.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이 쌀·밀·쇠고기·돼지고기·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을 민감 분야로 정하고, 관세 인하와 저율관세할당(TRQ) 확대를 병행한 사례를 제시했다. 쇠고기에는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보완하고 국내 생산자 지원을 확대한 점도 소개했다.

데보라 엘름스 힌리히재단 무역정책총괄은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 통상국이 특정 강대국을 선택하기보다 사안별로 뜻이 맞는 국가들과 ‘선택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엘름스 총괄은 “세계화가 끝난 것이 아니라 더 지역적이고 분절된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며 “새로운 틀을 만들기보다 CPTPP처럼 이미 작동하고 있는 협력 구조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투명한 CPTPP 가입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사무국을 설치하고 복수의 가입 신청국을 묶어 협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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