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인재·소부장 아우르는 현지 생태계
곽노정 “메모리 공급 부족 2030년 말까지”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AI 메모리 전략의 핵심 거점 구축에 나선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테스트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인재 양성, 소재·부품·장비 협력사까지 아우르는 현지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3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짓는다. 2028년 10월 클린룸을 완공하고 2029년 3분기부터 HBM4E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공급 부족의 장기화를 예상하는 가운데 추진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부족한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하강 국면의 뚜렷한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는 부족 사태가 2030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에서 만든 최첨단 웨이퍼는 인디애나 팹으로 옮겨져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친다. 완성된 ‘메이드 인 USA’ HBM은 미국 고객에게 전달된다. 후공정 처리 규모는 웨이퍼 기준 연간 수십만 장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웨이퍼 생산 역량에 미국의 고객·연구기관·산업 기반을 결합한 한미 분업구조다. 이를 통해 늘어나는 AI 메모리 수요에 가까이 대응하고 차세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곽 CEO는 “한국에서 생산된 첨단 HBM 웨이퍼가 이곳으로 와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친 뒤 고객들에게 공급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완전히 통합한 생산 시스템이 이곳에서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디애나 팹의 또 다른 축은 R&D다. 생산라인 옆에 첨단 패키징 R&D 테스트베드를 마련해 고객사와 대학, 협력사가 차세대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 시제품 제작과 성능 검증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퍼듀대학교와는 차세대 AI 메모리 연구와 인재 양성에 협력한다.
생산과 R&D를 한곳에 배치한 것은 HBM 사업이 범용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전환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AI 시스템에 맞춰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해지면서 고객 인근의 패키징·R&D 거점도 HBM 경쟁력의 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곽 CEO는 “우리 사업모델인 인공지능(AI)의 경우 100% 표준제품에서 부분 맞춤형 제품이나 완전 맞춤형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HBM은 고객 시스템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도록 최적화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지 산업과 고용으로도 협력 범위를 넓힌다. 현재 소부장 협력사 100여 곳이 웨스트라피엣 진출을 논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팹 건설·운영과 연관 산업을 통해 약 7000개의 직·간접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과 기술, 인재, 협력사를 한 지역에 모아 미국 AI 메모리 공급망의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미국 정부도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과 최대 5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인디애나 팹을 시작으로 미국 투자를 이어간다. 유정준 SK그룹 미주총괄 부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 내 투자 자산은 4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추가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에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곽 CEO는 “저희는 언제든지 열려 있지만 확정된 건 없다”며 “전력, 용수, 보조금 등 충분한 인프라 자원을 제공하는 지역이 있다면 저희는 어디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