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유방암, 더는 완치 불가 아냐” [2026 여성암 리포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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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자궁내막암·난소암 등 매년 수만 명의 여성 특이암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이들 질환은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해하고 의료비 부담과 생산성 손실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최근 다수의 신약 등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발과 전이, 조기진단, 치료접근성 등 해결 과제가 많다. 9월 ‘부인암 인식의 달’을 맞아 여성 특이암의 치료 환경 변화와 발전 방향을 짚어본다.

▲김지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일원역빌딩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회의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삼중음성유방암 국내 치료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유방암 치료 성적은 지속해서 향상돼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여성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993~1995년 79.3%에서 2019~2023년 94.8%로 올랐다.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초기 환자의 경우 99.2%에 달했다.

하지만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여전히 치료 성적에 개선의 여지가 크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5년 상대생존율은 국한 단계에서 92%,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환자들 역시 전이와 재발의 위험으로 고충이 큰 실정이다.

본지는 최근 김지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삼중음성유방암 국내 현황과 치료 환경에 대해 들었다. 김 교수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더 이상 포기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인간 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의 발현이 모두 음성인 유방암이다. 학계에 따르면 전체 유방암 환자 가운데 약 15~20%가 해당하며 다른 아형과 비교해 50대 이하의 젊은 환자들의 비율이 높다.

김 교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과 HER2 양성 유방암의 경우 표적 치료제가 많이 발달해 있으나 삼중음성 유방암은 표적치료제의 적용이 어려워 항암화학요법을 근간으로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라며 “치료제 부작용이 일상생활과 사회 활동을 저해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삼중음성유방암은 젊은 환자의 비중이 큰 편인데 경제 활동이나 육아 중 진단을 받으면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타격이 상당하다”라고 덧붙였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종양 크기가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환자에게서도 재발률이 높다. 이에 조기 단계부터 생존율 향상과 재발 방지를 목표로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종양 크기를 줄이고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체내 잔존 미세 전이를 제거하는 통합적인 전략이 최선이다.

김 교수는 “삼중음성유방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재발이 매우 짧은 기간에 집중된다”라며 “수술을 마치고 모든 치료가 끝나 이제 건강해지시라고 말씀드린 뒤 1~2년 만에 재발하는 환자가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에 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선 전이성·재발성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항암화학요법이 허가돼 올해 1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 젬시타빈 등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 이외의 효과적인 선택지가 마련된 셈이다. 키트루다는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PD-L1’을 저해하는 기전으로, PD-L1 양성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에서는 PD-L1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는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됐다”라며 “그동안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던 삼중음성 유방암 전이성 및 조기 환자에게 희망적인 소식을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에게도 고무적인 약제”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조기 환자가 고려할 수 있는 재발 예방 수단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 후 단기간 내 재발 확률이 높은 만큼, 수술 전후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수술 전에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하고 이후 수술을 받도록 하는 ‘선행 항암요법’도 적극적으로 고려된다.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2022년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수술 전·후 보조요법 적응증이 허가됐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는 적용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키트루다 임상연구 ‘KEYNOTE-522’에서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기존 항암 치료 단독요법 대비 재발 위험을 약 32% 낮췄고, 7년 무사건 생존율과 생존 기간 개선 혜택도 확인됐다”라며 “7년 전체 생존율은 85.1%로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은 약 36% 감소하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1~2년 이내에 재발하는 질환에서 7년간 재발 없이 유지됐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KEYNOTE-522 연구는 한국인 환자를 포함해 아시아 환자가 200명 이상 등록됐다. 아시아인 전체 하위분석 결과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의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은 58.7%로 대조군 40% 대비 높았다. 한국인 하위분석 결과 역시 병리학적 완전관해율 68%로 대조군 47%를 웃돌았다. 3년 무사건 생존율은 아시아인 91.2%, 한국인 93%로, 70%대에 머무른 대조군을 앞질렀다.

김 교수는 “환자는 낫고 싶고, 가정을 지키고 싶고, 자신의 경력을 지키고 싶다는 기본적인 바람에서 조금 더 나은 약을 원하지만, 현재의 급여 체계에서는 허들이 높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국가가 재정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하나,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약제에 대해서는 급여를 보다 융통성 있게 적용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치료제 접근성만큼 환자들의 용기와 의지도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꾸준히 개발됐고, 지금도 새로운 치료 옵션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라며 “그 결과 환자들의 생존 기간은 점차 길어지고 있으며, 치료 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스스로 ‘나는 이겨낼 수 있다, 완치될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치료에 임한다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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