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씨 실종신고 허위 종결이 키운 '제주 괴담'

기사 듣기
00:00 / 00:00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가 실종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과 소방, 해경, 행정기관이 함께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사건 처리 상황을 여러 관계자가 확인하고 한 사람이 단독으로 종결할 수 없도록 하는 매뉴얼도 추진한다.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관련 기관들이 함께 모여 초기부터 대응하도록 했다”며 “소방·해경·행정기관이 함께 대응하고 민간 수사 인력을 포함해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 씨 사건을 담당 경찰관이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장 씨의 연인은 5월 15일 오후 6시 43분 실종신고를 했지만,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알린 뒤 2시간 33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전산에는 종결 사유를 ‘교통사고 사망’으로 허위 입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 씨는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 경장이 실종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신고된 60대 남성의 사건도 소재를 확인한 것처럼 처리했지만, 해당 남성은 신고 51일 만인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부 경장이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하며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제주도는 실종 사건 대응체계 개편과 함께 안전 취약계층과 관광객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위 지사는 “범죄나 자살 위험이 큰 사람, 제주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에 대해서는 관리를 좀 더 강화하기로 했다”며 “1인 관광객이 등록하면 안전을 관리해주는 안심관광센터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범죄 취약지역에는 폐쇄회로(CC)TV와 조명시설을 확대하고 야간 순찰도 강화할 계획이다.

위 지사는 “이번 사건도 어두운 농장길에서 발생했다”며 “그런 공간에 CCTV와 조도를 확대하고 야간 순찰도 함께 강화하겠다. 휴대전화 불통지역도 개선해 안전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레길 안전대책과 관련해서는 “올레길 안전지킴이 제도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앞으로 올레길 지킴이를 좀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레길 이용객에게 “올레길을 이탈하지 않고 걸어달라”고 당부했다.

사건 이후 제주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확산하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위 지사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얘기들이 너무 많이 돌아서 걱정이 많다”며 “이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각성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관광객 수에서 뚜렷한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적인 관광객 숫자 변화는 찾을 수 없다”며 “앞으로 관광객과 숙박 추이 등을 면밀히 살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외국인 범죄가 증가했다는 지적에는 “외국인 피의자가 2021년 505건에서 2024년 610건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반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에 비해 범죄율 증가율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 범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생활인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위 지사는 “제주에는 66만 명 정도가 살고 있지만, 관광객의 체류 일수를 계산하면 생활인구는 82만 명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 기준으로 보면 인구 10만 명당 범죄 비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지만 아주 높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확산하는 관련 주장에는 통계와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위 지사는 “그분들의 얘기를 통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사실이 왜곡돼 제주 방문을 위험하게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와 SNS에서 떠도는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SNS에 게시된 글에 안전 관련 내용을 댓글로 올리는 방식 등을 통해 공유를 확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실종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의 행동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지사는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는 저희도 알 수 없고 사건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시스템 점검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보유한 민간 수색 자원에 대한 경찰의 협조 요청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제주에는 민간 드론을 활용한 주민자치경찰대와 의용소방대, 방범생활대, 방재단 등 5000여 명의 자원봉사 조직이 있다”며 “충분히 수색에 나설 수 있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요청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종 사건 처리 체계와 관련해서는 “사건이 접수되자마자 여러 관계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종결을 스스로 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나면 수색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매뉴얼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신고 접수와 처리는 국가경찰 업무였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위 지사는 “이번 업무는 자치경찰이 한 것이 아니라 국가경찰이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신고 접수에 관한 사항은 국가경찰의 업무이고 자치경찰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해당 경찰관이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제주도에 대한 협조 요청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통화와 현장 확인을 했는지, 수색이 이뤄졌는지, 가족에게 종결 사실을 알렸는지, 실종자의 현재 소재가 확인됐는지 사건별 검증이 필요하다”며 “협조할 것은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