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중순 출하…껍질의 갈색 얼룩은 맛·식감에 영향 적어
재배면적 전체 1%도 안 돼…산지 농협·홈쇼핑 등서 유통
마트 과일 코너에서 초록색 배를 보면 ‘아직 덜 익은 것 아닐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설원’과 ‘슈퍼골드’, ‘그린시스’는 충분히 익어도 껍질이 녹색을 띠는 국산 배다. 강한 단맛부터 은은한 신맛, 풍부한 과즙까지 품종별 특징도 달라 취향에 맞춰 골라 먹을 수 있다.
29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 재배면적은 전체 배 재배면적의 85.4%에 달했다. 우리나라 배 시장이 명절 선물용으로 주로 소비되는 큰 신고 중심으로 형성된 셈이다. 그만큼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배의 맛과 크기도 제한적이다.
명절 수요에 맞추다 보니 추석이 이른 해에는 충분히 익지 않은 신고가 출하되기도 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소비 편의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큰 배 한 개를 깎아 먹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큰 배와 선물세트 중심으로 움직였다.
농진청은 이런 시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 설원과 슈퍼골드, 그린시스 등 녹색배 품종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품종마다 단맛과 신맛, 과즙, 식감이 달라 소비자가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도록 하고 명절에 집중된 배 소비를 일상으로 넓힌다는 구상이다.
단맛을 중시한다면 설원이 어울린다. 9월 초 수확하는 설원은 평균 무게 600g, 당도 14브릭스 수준으로 신고보다 당도가 약 2브릭스 높다. 과육이 아삭하고 잘라 놓은 뒤 갈색으로 변하는 속도가 느려 조각 과일이나 도시락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단맛만 강한 배가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슈퍼골드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평균 무게 570g, 당도 13.6브릭스 수준으로 은은한 산미가 있어 새콤달콤하다. 유통 전문가 평가에서는 종합만족도 5점 만점에 4.25점을 받았고 과즙 부문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즙과 아삭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그린시스가 적합하다. 평균 무게는 460g으로 세 품종 가운데 가장 작고 당도는 12.3브릭스 수준이다. ‘그린’과 ‘오아시스’를 합친 이름처럼 씹었을 때 과즙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그린시스는 국산 동양배인 황금배와 서양배인 바틀렛을 교배한 품종이다. 동양배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풍부한 과즙을 지녔고 저장성도 좋다. 수확한 배를 저온 저장했다가 이듬해 6월까지 유통한 사례도 있다.
다만 녹색배라고 해서 모두 한 번에 먹기 좋은 작은 배는 아니다. 설원과 슈퍼골드는 평균 무게가 600g에 가까워 기존 선물용 배와 크기가 비슷하다. 세 품종 중에서는 460g인 그린시스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녹색배의 장점은 작은 크기보다 품종별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맛과 활용성에 가깝다.
녹색배를 살 때 껍질에 나타난 갈색 얼룩을 무조건 흠집이나 부패로 볼 필요는 없다. 배가 자라는 과정에서 껍질 표면에 갈색 코르크층이 만들어지는 ‘코르크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색배는 껍질 전체에 코르크층이 발달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녹색배는 초록색 껍질과 대비돼 얼룩처럼 보인다. 농진청은 자연스럽게 발생한 코르크화가 당도와 식감 등 내부 품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갈색 무늬가 모두 코르크화인 것은 아니므로 배가 지나치게 물렀거나 곰팡이,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와는 구분해야 한다.
녹색배는 주로 9월 초·중순부터 시장에 나온다. 설원과 슈퍼골드는 9월 초, 그린시스는 9월 중순이 수확 시기다. 일부 산지 농협과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되지만 아직 유통 물량은 많지 않다.
농진청이 꼽은 가장 큰 한계도 물량 확보 부족이다. 지난해 재배면적은 설원 10㏊, 슈퍼골드 27㏊, 그린시스 43㏊로 모두 합쳐도 전국 배 재배면적 9316㏊의 0.9% 수준이다.
아산에서는 그린시스가 ‘초롱배’라는 이름으로 원예농협과 홈쇼핑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설원 등이 ‘황금실록’ 브랜드로 판매된다. 온라인에서 찾을 때는 녹색배뿐 아니라 설원·슈퍼골드·그린시스 등 품종명이나 지역 브랜드명을 함께 검색하는 방법도 있다.
설원과 슈퍼골드를 재배하는 김지현 나주 해오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녹색배는 품종마다 맛이 뚜렷해 초록색을 낯설어하던 소비자들도 한번 맛본 뒤에는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