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확보 땐 원아시아 투자 등 경영진 견제 교두보
국민연금, 과거 지분·거래관계 엄격 판단…박유경 독립성 주목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다음달 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시 표 대결을 벌인다. 이번 주총의 실질적 승부처는 감사위원 1석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에는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되는 만큼 단순 지분 경쟁보다 후보의 독립성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판단이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독립이사 4명과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선임한다. 독립이사에는 고려아연 측 이형규·서은숙 후보와 영풍·MBK 측 이준봉·심혜섭 후보가 나섰다. 후보 수와 선임 인원이 같은 만큼 큰 변수가 없다면 4명 모두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감사위원은 고려아연 측 백인규 후보와 영풍·MBK 측 박유경 후보 가운데 한 명만 선임된다.
감사위원은 경영권 분쟁 당사자와 거리를 두고 회사를 감시해야 하는 자리다. 회사의 회계와 업무집행, 내부통제 등을 점검하는 만큼 일반 사외이사보다 독립성이 중요하다. 현 경영진이나 특정 주주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회사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감사위원이 필요하다.
3%룰은 후보의 독립성 판단을 더욱 중요한 변수로 만든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제한돼 양측의 전체 지분율 격차가 그대로 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대주주의 영향력이 줄어든 만큼 국민연금과 외국인·기관투자자의 표는 상대적으로 무거워진다.
국민연금은 이사 후보의 이해상충과 독립성을 엄격하게 따져왔다. 2022년 우리금융지주 송수영 후보에 대해서는 재직 법무법인과 회사 간 법률자문·소송 관계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같은 해 KB금융 김영수 후보도 전 재직기관과 KB금융 계열사의 펀드 투자와 업무협약, 공모채 발행 주관 등 거래관계가 반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지분율이 5% 미만이라는 사실만으로 이해상충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지침에는 ‘중요한 지분·거래관계’를 판단하는 획일적인 지분율 기준이 없다. 국민연금은 후보가 몸담았던 기관과 투자기업의 관계, 후보의 독립적인 직무 수행에 미칠 영향 등을 사안별로 살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가 근무했던 APG의 고려아연 지분이 5% 미만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영풍·MBK 측 주장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후보와 국민연금과의 과거 업무 관계 역시 판단 변수다. 국민연금은 2020년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명현 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의 사외이사 선임에 “기금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당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국민연금의 ESG·의결권 자문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업무상 연결고리가 독립성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은 어느 쪽이 지분을 더 많이 보유했는지만으로 결과가 정해지지 않는다”며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후보자의 전문성뿐 아니라 독립성과 이해상충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이번 표 대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