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후 5년간 904억원 소요 추산
영장 없이 금융·신용정보 접근 논란
국회 "기본권 제한 충분히 논의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을 연내 주요 처리 법안으로 정하면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감독원을 운영하는 데 연평균 약 181억원이 들고, 행정조사 단계에서 영장 없이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조사 권한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현정·황운하·진성준·윤종오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부동산감독원 관련 법안 4건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네 법안 모두 부동산 불법·투기행위를 조사하고 관계기관의 조사·수사 업무를 조정하는 감독원을 국무총리 아래 두는 것이 골자다. 부동산감독원 설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부동산감독원을 신설하는 데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904억510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180억9020만원으로, 약 181억원이다. 첫해인 2027년에는 175억4500만원이 필요하다. 2028년에는 자산취득비가 빠지면서 174억28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2029년 179억5000만원, 2030년 184억8700만원, 2031년 190억41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현재 국무조정실 소속 조세심판원과 같은 122명 규모로 감독원을 구성한다고 가정해 추산된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연간 181억원이 많다거나 적다고 단정하기보다 매년 반복되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봐야 한다"며 "실제 조사 범위와 인력 규모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재정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감독원의 광범위한 정보 접근권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곽현준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김현정·진성준 의원안은 감독원이 부동산 불법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금융회사 등에 공공·금융·신용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윤종오 의원안도 부동산감독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기관과 금융회사, 신용정보집중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가운데 김현정·진성준 의원안은 감독원이 요구할 수 있는 공공정보의 종류를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김 의원안은 부동산 거래신고와 등기 자료, 건강보험·연금보험 납부확인서, 납세증명서, 사업자등록 자료 등 19개 유형을 규정했다. 진 의원안은 이 중 건강보험·연금보험 납부확인서와 일부 외국인 관련 정보 등을 제외한 13개 유형을 담았다.
곽 전문위원은 "행정조사 개시 전에 조사대상자가 아닌 일반 국민의 부동산거래, 세금납부 정보 등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며, 국가기관이라 하더라도 개인정보 및 사생활 정보를 수집·이용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감독원이 조사 대상자의 금융거래정보를 영장 없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논란거리다. 검찰이나 경찰이 범죄 수사를 위해 금융거래정보를 확보하려면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반면 법안은 감독원이 행정조사 단계에서 금융거래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곽 전문위원은 "영장 없이 수집된 정보가 수사기관으로 이전·활용될 경우 피조사자의 방어권 보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동산불법(범죄)행위 '조사'의 긴급성·중대성 및 대체수단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거래정보 제공 허용 여부를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국세청, 경찰 등 기존 기관과의 권한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법안은 감독원이 이들 기관의 조사·수사·제재 업무를 기획·총괄·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어느 기관이 어떤 사건을 맡을지, 같은 사건을 여러 기관이 조사할 경우 어떻게 조정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곽 전문위원은 감독원 신설에 따라 "기존 부동산감독관계기관의 자율성·책임성 약화 가능성"과 "상설 조직 운영에 따른 지속적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독원 신설이 부동산시장 안정 등 입법목적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조직 신설에 따른 편익이 기본권 제한 등 부작용을 감수할 만한 수준인지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부동산감독기구 신설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4건이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로 한 가운데 감독원의 조직 규모와 조사 범위,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둘러싼 여야 논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첫 절차로는 정무위 공청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전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여러 부처에 흩어진 조사·감독 기능을 어떻게 조정하고 감독원의 조사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쟁점들이 상당하다"며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여야 간사에게 공청회 개최를 협의해 달라고 한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은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제정법률안이어서 원칙적으로는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며 "정무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인 만큼 이른 시일 내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은 뒤 절차대로 법안을 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