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의료비 결제 1조4203억원…피부과가 증가분 64% 견인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환자의 카드 사용액이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방한 외국인 수 증가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 한 명이 지출하는 금액까지 커지면서 의료비가 전체 소비 증가를 주도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7일 서울 중구 연세세브란스빌딩에서 ‘2026년 상반기 외국인환자 카드소비 변화 및 성장요인 분석’ 설명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진흥원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2009년 6만여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환자 수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해 2023년 60만 명, 2024년 120만 명, 2025년 200만 명을 넘어섰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외국인환자 수가 늘어난 것보다 한국을 찾은 환자들의 지출액이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본다”면서 “의료비를 많이 지출하는 이른바 ‘큰손’ 환자들이 올해 상반기에 더 많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진흥원이 하나카드의 해외발급 카드 국내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외국인환자의 전체 카드이용액은 3조9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 증가했다. 전체 이용액 가운데 의료업종 결제액은 1조420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8.6% 늘었다. 숙박·식음·쇼핑 등 의료 외 업종 이용액은 1조6770억원으로 16.3% 상승했다. 의료업종 증가율이 의료 외 업종의 약 2.4배에 달했다.
전체 카드이용액 증가분 6308억원 가운데 의료업종에서 늘어난 금액은 3953억원으로 62.7%를 차지했다. 전체 소비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41.6%에서 45.9%로 4.3%포인트(p) 상승했다. 외국인환자가 단순히 더 많이 카드를 사용한 것을 넘어 결제 한 건당 지출액도 커졌다. 의료업종 결제 건수는 23.8% 증가했고, 건당 평균 이용액은 83만8000원에서 93만8000원으로 11.9% 늘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14개국의 의료업종 이용카드 수는 1.0%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카드당 평균 의료이용액은 133만8000원에서 174만1000원으로 30.1% 뛰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의료업종 이용액은 7784억원에서 1조231억원으로 31.4% 증가했다. 한 본부장은 “이용카드 수는 거의 그대로인데 카드 한 장에서 발생한 의료비가 크게 늘었다”며 “사람의 증가보다 이미 한국을 찾은 환자들의 지출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과별로는 피부과가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 피부과 카드이용액은 7685억원으로 49.5% 증가했다. 전체 의료업종 이용액의 54.1%에 해당한다. 피부과 이용액 증가분은 약 2543억원으로 전체 의료비 증가분의 64.3%를 차지했다. 한 본부장은 “백화점과 음식점, 특급호텔에서 쓴 금액을 모두 합쳐도 피부과 한 곳의 지출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며 “그만큼 현재 외국인환자 소비에서 의료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 결제액은 2561억원으로 16.6% 증가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합친 이용액은 1조246억원으로 전체 의료비의 72.1%를 차지했다. 미용의료 중심의 소비 구조가 이어진 가운데 피부과 쏠림은 더욱 강해졌다. 치료 목적의 의료소비도 함께 늘었다. 내과 이용액은 1001억원으로 66.5% 증가했고 정형외과는 60.9%, 치과는 41.0% 늘었다. 한 본부장은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이용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환자가 재방문 때 안과나 건강검진 등 다른 진료과까지 이용하면서 파급 효과가 커지는 양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밖에서는 약국과 온라인·전자결제 소비가 두드러졌다. 약국 이용액은 524억원으로 87.9% 급증했고, 전자결제대행(PG) 이용액은 1683억원으로 53.4% 늘어 면세점 이용액 1444억원을 넘어섰다.
한 본부장은 “외국인들이 입국 전부터 한국 약국에서 구매할 제품 목록을 준비하고, 국내에서 배달이나 숙박 플랫폼 같은 생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의료와 쇼핑, 생활 소비가 연결된 하나의 헬스케어 관광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카드 지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본부장은 “의료가 이제 한국을 방문하는 분명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외국인환자 유치실적과 관광통계, 카드소비 데이터 등을 연계해 시장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의료관광 연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