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김치 쓰려면 메뉴값 올려야”…속 타는 식당들(르포)[식탁 위 차이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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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확인한 손님들 김치 대신 단무지…업주는 폐기량 줄이기
"국산 전환하면 메뉴값 인상 불가피"…가격 경쟁 밀릴까 고심

▲26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추김치 원산지를 중국산으로 표시한 원산지 표시판이 걸려 있다. (사진=황민주 minchu@)

"국산 김치는 두 배 넘게 비싼데 김치값을 따로 받을 수도 없잖아요. 바꾸려면 음식값을 올려야 합니다."

인천 송도에서 10년째 찌개집을 운영하는 유성곤(가명) 씨의 말이다. 유 씨가 현재 사들이는 중국산 김치는 10㎏ 한 상자에 1만5000원 안팎이다. 중국 일부 산지의 포름알데히드 사용 파문 이후 국산 제품 가격도 알아봤지만 같은 용량에 3만8000원가량이었다. 김치를 바꾸는 순간 가게의 김치 구입비가 2.5배 수준으로 뛰는 셈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아무 제품이나 들여오는 것은 아니다. 찌개와 함께 나가는 김치가 음식 맛과 가게 인상에 영향을 주는 만큼 여러 업체의 제품을 직접 먹어본 뒤 쉽게 무르지 않고 양념과 포장 상태가 괜찮은 김치를 골랐다. 중국산 가운데서도 비교적 품질이 좋은 제품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김치를 손님상에 내는 방식에도 업주의 고민이 묻어났다. 유 씨는 처음에는 맛볼 정도만 제공하고 더 필요한 손님이 셀프바에서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원산지를 확인한 뒤 김치에 손을 대지 않는 손님도 있어 남기는 양을 줄이기 위해서다.

중국산 김치를 두고 손님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은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다. 서울 여의도의 한 라면 가게에서는 중국산 배추 관련 보도가 나온 뒤 김치 원산지를 확인하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희숙 씨(가명)는 "중국산이라는 말을 듣고 김치에 손을 대지 않거나 아예 단무지만 드시는 분들도 있다"며 "김치는 라면을 주문한 거의 모든 손님에게 나가기 때문에 국산으로 전부 바꾸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손님은 원산지를 확인한 뒤 김치를 먹지 않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식당의 사정은 다르다. 김치는 별도 가격을 받지 않는 기본 반찬이어서 국산으로 바꿔도 추가 수입이 생기지 않는다. 늘어난 비용을 메뉴 가격에 반영하면 가격에 민감한 손님들이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게 업주들의 걱정이다.

평소 나오던 김치가 사라진 식당도 있었다. 서울의 한 콩나물국밥집에서는 뜨거운 국밥 뚝배기 옆 반찬 접시에 김치 대신 깻잎이 놓였다. 이곳을 5년 넘게 찾았다는 단골손님이 직원에게 김치가 더는 나오지 않는지 묻자 직원은 "글쎄요. 언제 나올지 저도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문제가 된 배추나 해당 배추로 만든 김치가 국내에 들어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고 중국산 김치를 피하기 시작했고 식당들은 김치를 그대로 내놓을지, 다른 반찬으로 바꿀지, 비용을 더 들여 국산을 사용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유 씨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국산 김치를 쓰려면 음식값을 올려야 하지만 손님에게는 그저 가격이 비싸진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국산 전환에 따른 부담은 업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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