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책갈피 20종 동봉…텍스트힙 수요 공략
판매 데이터로 맛·가격·용량까지 정하는 MD 파워

GS25가 민음사 고전문학을 활용해 선보인 베이커리 상품의 발주량을 점포당 하루 1개로 제한했다. 출시 사흘 만에 5만개 넘게 팔리며 주문량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기획한 협업 상품이 단기간에 시장의 호응을 끌어낸 사례다. 이처럼 편의점은 단순 판매처를 넘어 상품을 기획하고 브랜드로 키우는 '상품개발실'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26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이달 21일 출시한 '사랑에 대하여 모카번 커스타드맛'과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깨찰빵 솔티밀크맛'의 입고 물량 대비 판매율은 약 95%를 기록했다. 두 상품은 GS25 전체 빵 가운데 매출 1·2위에 올랐다. 출시 초반 흥행으로 주문이 급증하자 GS25는 발주량을 점포당 하루 1개로 일시 제한했다. 해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품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시집을 활용한 책갈피 20종 가운데 하나가 무작위로 들어간다. 책과 문장을 취향 표현 수단으로 소비하는 ‘텍스트힙’ 열풍에 수집형 굿즈를 결합했다. GS25는 이날 '오만과 편견 모카번 우유크림맛'과 '나쁜 소년이 서 있었다 깨찰빵 커스타드맛' 등 2종도 추가로 출시했다.
편의점의 역할은 판매를 넘어 상품 기획 단계까지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제조사가 완성한 제품을 편의점에 제안했지만 최근에는 편의점 상품기획자(MD)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맛과 가격, 용량, 원재료를 먼저 정하고 제조사가 이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식품업체와의 협업 상품에서 두드러진다. 농심은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와 각각 다른 감자칩 4종을 공동 개발했다. 제조사는 같지만 편의점별 고객층에 맞춰 맛과 콘셉트, 포장 디자인을 달리했다. CJ제일제당의 편의점 전용 브랜드 상품도 13종에서 16종으로 늘었다.
직접 기획한 상품을 독립적인 브랜드로 육성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CU의 '연세우유 크림빵'은 출시 4년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넘어섰고 제품군은 39종으로 확대됐다. GS25의 '혜자로운' 시리즈도 재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하며 도시락에서 김밥과 빵, 샐러드로 영역을 넓혔다.
세븐일레븐의 'HBM칩'은 출시 3주 만에 20만개, 이마트24의 '1900김밥'은 40만개가 팔리며 해당 상품군 판매 1위에 올랐다. 전국 5만3419개 점포가 신상품을 시험하고 히트상품을 전국 단위 브랜드로 키우는 기반이 되고 있다.
다만 편의점이 상품 기획과 진열을 주도하는 만큼 제조사와 재고 부담, 상표권 등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기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전국 점포망과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상품을 빠르게 검증하고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는 게 편의점의 강점"이라며 "공동개발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으려면 제조사와 성과를 공유하는 협업 구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