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값부터 대기업 진입까지…첫발 뗀 ‘한우산업법’ 뭐가 달라지나

기사 듣기
00:00 / 00:00

21일 하위법령 시행…5년 단위 계획·법정 협의회 구성
수송아지 520만원·한우값 평년보다 22%↑…‘비프사이클’ 완화 첫 시험대

▲2025년 5월 29일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의 한우 200여 마리가 겨우내 축사 생활을 마치고 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한우값이 평년보다 22% 뛰고 수송아지 한 마리 가격은 520만원까지 치솟았다. 가격 상승은 농가의 입식 확대로 이어져 2∼3년 뒤 출하 물량 증가와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는 이른바 ‘비프사이클’을 완화하기 위해 5년 단위 수급계획과 법정 협의회를 축으로 한 중장기 관리체계 구축에 나섰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21일부터 시행됐다. 법률은 지난달 23일 먼저 시행됐지만 기업의 한우 생산업 참여 기준 등을 담은 하위법령이 마련되면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기반을 갖췄다.

법의 핵심은 수급 관리와 농가 지원을 일회성 대책이 아닌 법정 계획으로 관리하도록 한 데 있다. 농식품부는 5년마다 종합계획을 세우고 연도별 시행계획도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

농식품부 장관 소속 한우산업발전협의회도 설치된다. 협의회는 적정 사육 마릿수와 중장기 수급정책, 송아지생산안정자금의 기준가격 등을 심의한다. 농식품부는 협의회를 즉시 구성할 계획이다.

협의회의 첫 시험대는 최근 가격 상승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1일 전국 한우 평균 경락가격은 ㎏당 2만2742원으로 평년 8월 일평균보다 22.1% 높았다. 17일 기준 6∼7개월령 수송아지 평균 산지가격도 519만9000원으로 평년보다 29.0% 올랐다.

가격 강세의 배경에는 사육 마릿수와 도축 마릿수 감소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6년 한우 사육 마릿수가 전년보다 2.0% 감소한 314만7000마리, 도축 마릿수는 9.1% 줄어든 86만2000마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2027년부터 사육 마릿수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높은 송아지 가격이 입식 확대로 이어지면 수년 뒤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한우는 생산 결정과 실제 출하 사이의 시차가 길어 가격이 움직인 뒤 대응하면 수급 조절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며 “협의회가 송아지 생산과 정액 판매, 월령별 사육 마릿수 등을 토대로 선제적으로 수급 신호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우 (사진제공=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협의회의 역할은 가격 상승기에 그치지 않는다. 하락기에 농가의 생산 기반을 지킬 송아지생산안정사업도 법에 별도로 규정됐다. 송아지 가격이 협의회가 정한 기준가격보다 낮아지면 생산농가에 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제도는 송아지 평균 거래가격이 마리당 185만원 이하일 때 가임암소 수에 따라 보전금을 차등 지급하도록 했지만, 가임암소가 110만마리 이상이면 지급액이 없었다. 2012년 제도 개편 이후에는 지급 사례가 없었다. 농식품부는 새 발동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법은 수급 관리와 함께 기업의 한우 생산업 진입에도 별도 기준을 마련했다. 중기업과 대기업,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는 축산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저탄소 영농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저탄소 영농계획에는 메탄저감제가 첨가된 사료 급여, 28개월 이하 한우의 연간 출하 비중을 30% 이상으로 유지하는 방안, 재래식 퇴비화시설의 기계 교반·강제 송풍 설비 설치 등이 포함된다. 조사료용 작물 재배 토지를 확보하고 생산계획도 세워야 한다.

참여기업은 기존 한우농가의 경영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정부 수급정책 이행 등 상생방안을 담은 협력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지역의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농·축협 등 한우 생산 관련 단체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기업 진입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다. 참여를 허용하되 저탄소 생산과 조사료 확보, 지역 농가와의 상생에 책임을 부과하는 구조다. 협력계획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행되는지가 관건이다.

기업 진입 기준과 농가 지원책을 아우르는 한우산업법의 성패는 당장의 가격 안정이나 지원금 지급보다 중장기 수급 안정에 달렸다. 가격 상승기에 늘어난 입식이 수년 뒤 공급과잉과 가격 폭락으로 되돌아오는 주기를 얼마나 완화하느냐가 핵심이다.

이재식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농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한우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한우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