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둔 美 조급한데 中은 느긋해
‘적과의 동침’ 속 제한적 타협할 듯

“시진핑 주석이 9월 24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기술패권 이슈가 다뤄질 것이다. AI 경쟁에서 미국은 중국을 앞서고 있고,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7월 23일 워싱턴D.C. 환경보호청(EPA)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확충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다. 9월 정상회담 관련 중국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 없지만, 이미 중국도 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9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제 기선을 잡기 위한 양국 간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이 먼저 선전포고를 날렸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국토안보부는 중국산 드론, 소비자용 라우터, 해저 광케이블 등에 대한 제한 조치 이후, 7월 28일에는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로봇 및 전력망·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전력변환장치인 인버터 장치 등 첨단제품까지 수입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중국 첨단제품이 미국 데이터 수집·원격 제어·전력망 교란 등 미국 국가안보 및 핵심 인프라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7월 30일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조율과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이행 점검을 위한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간 화상회의를 이틀 앞둔 조치였다.
예상대로 1차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양국 간 무역·투자위원회 가동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와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인해 구체적인 성과 없이 끝났다. 양국 간 경제수장 회담이 끝난 다음날인 31일 미 국토안보부는 또다시 강제노동 규제강화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에 따라 43개 중국기업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추가시키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추가로 강제노동법 관련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기업 수는 187개로 늘었고, 업종도 기존 식품, 면화 등 산업에서 제약, 금속, 리튬생산업체 등 전방위 산업으로 확대되었다.
중국도 바로 반격에 나섰다. 8월 5일 중 상무부는 ‘이중용도 수출통제 리스트’에 포함된 드론 및 관련 부품, 기술의 미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대중국 제재에 협조한 인권 및 공급망 실사, 생명공학, 기술 검증 분야의 7개 미국 기관 및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별도 공고를 통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외국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수입 프린터, 복사기 등 사무용 장비에 대한 안보 조사 착수도 시작했다. 양보 없는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양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첨단기술 및 공급망 부문에서는 절제되고 관리된 형태의 제재와 보복조치를 주고받는 모양새다.
양국이 수출입 통제 및 기업 제재 등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파국을 막기 위해 압박과 제재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속내는 명확해 보인다. 11월 중간선거와 트럼프발 글로벌 이슈로 국내외 여론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가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시간은 내 편’인 상황에서 중국이 결코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중국 AI와 로봇산업 굴기로 인해 미국은 더 조급해진 상태다. 중국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부상은 미국 군사패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9월 미·중 정상회담과 관계없이 미국의 대중국 첨단제품과 기업에 대한 제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문샷AI의 키미 K3 충격으로 인해 미국 내 중국 AI 모델 규제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미 백악관 내 중국산 AI 모델 사용제한에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핵심 통신부품인 중국산 광모듈 수입 제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0대 광모듈 기업 중 7개 기업이 중국기업일 정도도 미국의 중국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 관계에 처해있다.
중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이에 대한 반격과 다양한 보복조치 시나리오도 준비된 상태다. 9월 정상회담에서도 시장에서 기대하는 빅딜은 없다. 시 주석이 공식적으로 방미하는 만큼 트럼프도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준비해야 하고, 중국도 트럼프가 필요한 구매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 것이다. 전면적인 충돌보다 대내외적 실리를 챙기는 제한적 타협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적과의 동침이 지속될 뿐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