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와도 돈이 없다”⋯고령·무직 임차인 가로 막는 ‘돈줄 절벽’ [분양전환의 그림자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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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때 소득 기준 충족했지만 분양 때는 상환능력 ‘발목’
시세보다 싼 내 집 마련 기회 포기 못 해…‘무리수’도 고민

▲(사진=AI 생성)

“공공임대주택을 분양전환 받으려고 연 40%에 육박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대출도 고민했습니다.”

고양시 향동하우스디 공공임대 주택에서 5년간 거주한 김민웅 씨(가명)는 분양전환을 앞두고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혼부부 자격으로 입주해 5년 넘게 거주한 뒤 조기 분양전환 기회를 얻었지만 막상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자 대출 총량 규제로 신규 대출이 어렵다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후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분양전환 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문의했다. 그러자 중개업소에서는 특정 법무법인을 통해 고금리 단기 대출, 이른바 ‘브릿지 대출’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상담 과정에서 제시받은 조건은 만만치 않았다. 1억5000만원을 2주간 빌리는 데 이자만 150만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분양전환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을 앞두고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입주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현재 ‘5년 분양전환 임대주택’과 ‘10년 분양전환 임대주택’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 임대 기간이 끝난 뒤 해당 주택에 거주한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전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분양전환은 입주민에게 놓치기 어려운 기회다. 하지만 정작 분양 시점에는 수억원의 자금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한다.

은행에서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한 입주민들이 부동산 중개업소 등을 찾아 고금리 대출까지 알아보거나 이를 실제로 이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은 입주자 선정 과정에서 소득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가구가 많이 입주하지만, 정작 분양전환 시점에는 이 같은 소득 수준이 대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동의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은 애초에 소득이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분양전환 시점에 대출을 받으려 해도 소득 증빙이나 상환 능력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분양전환 자격과 실제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금 조달 능력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특히 신혼부부와 고령자들에게 분양전환 장벽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 신혼부부는 “5년간 거주하는 동안 집값이 오른 만큼 자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퇴직한 고령자 A 씨도 “분양전환 기회가 생겼지만 퇴직 이후 소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분양대금을 대출로 마련하기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분양전환 대상자를 별도로 지원하는 정책금융 수단도 마땅치 않다. 디딤돌대출은 주택가격 5억원 이하(신혼·2자녀 이상 가구는 6억원 이하),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만 이용할 수 있어 분양전환 가격이 이를 넘으면 활용할 수 없다. 결국 정책금융의 주택가격 기준을 넘어서는 순간,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저소득·고령 임차인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조달 선택지는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은행권과 정책금융에서도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이 결국 부동산 중개업소가 알선하는 고금리 단기 대출까지 눈을 돌리는 이유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를 활용한 단기 대출은 그동안 암암리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은행권 대출이 막히면서 자금이 필요한 분양전환 대상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수요를 노리고 과도한 컨설팅 비용과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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