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 반등을 이끌었던 외국인이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급등 충격 속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최근 외국인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에 집중됐던 만큼 글로벌 금리 불안이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 수급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금리 급등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우려보다 장기채 수급과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서 비롯된 만큼 금리가 진정되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재개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85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1조324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4조6330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외국인은 11~18일 5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이어가며 총 8조1290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날 하루에만 직전 5거래일 순매수액의 42.9%에 해당하는 물량을 다시 내놓으면서 외국인 귀환의 지속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외국인 매수는 국내 증시 전반보다 반도체에 집중됐다. 12~18일 외국인 순매수액 가운데 약 87%가 반도체에 몰렸다. 18일에도 유가증권시장 전체 외국인 순매수는 910억원에 그쳤지만 반도체에는 1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위험선호 회복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선별적인 베팅 성격이 강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급등이 외국인 수급의 방향을 틀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18일 장중 5.337%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도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해외 채권에 투자했던 일본계 자금의 본국 회귀 가능성이 커져 미국 등 주요국 장기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미국 금리 급등 역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재개 우려보다는 국채 공급과 장기채 투자자가 요구하는 위험 보상의 확대가 핵심으로 꼽힌다. 미국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부담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빅테크 기업의 회사채 발행까지 늘어난 가운데 해외 투자자의 미국 국채 수요 둔화 우려도 겹쳤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보다 장기물 금리가 더 크게 오른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당분간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외국인 수급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재정적자와 AI 기업의 회사채 공급 등 구조적인 부담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금리 수준이 빠르게 낮아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27~29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완화적인 신호가 확인되는지가 단기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반면 금리 급등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미국 장기금리를 끌어올린 국채 발행 물량이 단기간 집중된 뒤 감소할 예정인 데다 미·일 정책당국도 미국 국채시장 안정을 염두에 둔 공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긴장이 완화될 경우 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함께 낮아지면서 기간 프리미엄도 진정될 수 있다.
외국인 수급 역시 금리 흐름에 따라 방향성이 갈릴 전망이다. 코스피 지수는 수출과 반도체 비중이 높아 국내 기준금리보다 미국 시장금리와 글로벌 유동성 변화에 민감하다. 외국인 자금 역시 미국 금리와 달러 방향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하면 최근 매수가 집중됐던 반도체에서 차익실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금리가 안정되면 실적 가시성이 높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여지도 있다.
외국인 매도를 받아낼 국내 증시의 자체 수급 여력은 이전보다 약해진 상태다. 1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4조7551억원으로 6월 말 130조원 안팎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1조1045억원으로 6월 고점의 38조원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9202억원으로 1조원 아래에 머물렀다. 지수가 반등하는 동안 개인의 대기자금과 레버리지 자금이 급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만큼 당분간 외국인 수급 변화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급 붕괴 재연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후 매크로 불확실성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겠으나, 7월과 같은 비정상적인 수급 악화 및 증시 폭락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