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엽이 돌아본 첫사랑과 배우 인생⋯"모든 게 운명이었다" (종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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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인엽. (사진제공=케이엔스튜디오)

"로맨틱 코미디는 숨을 곳이 없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배우 황인엽에게 ENA 월화드라마 ‘그대에게 드림’은 단순한 첫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다. '황인엽이라는 배우가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였고, 배우로서 다음 단계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과정이었다.

'그대에게 드림'은 15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 우수빈과 주이재가 함께 영화를 만들며 오래 묻어뒀던 꿈과 사랑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황인엽은 천재 영화감독 우수빈 역을 맡아 이혜리와 첫사랑 재회 로맨스를 그려냈다.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인엽은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있다. 감독님과 배우들에게 전화도 하고 문자를 보내면서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시작부터 과정까지 모두 좋았다. 첫 로맨틱 코미디였기 때문에 아주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황인엽은 이번 작품을 '시험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는 굉장히 오래된 장르고 클리셰도 많다"며 "개인의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 자체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르다. 사랑을 표현하는 모든 것이 결국 배우 개인의 표현이 되기 때문에 어디 숨을 데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정면으로 '황인엽이라는 사람이 로맨틱 코미디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생각했다”며 "당연한 장면을 당연하지 않게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고 웃었다.

그럼에도 로코를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드시 한 번 제대로 지나가야 할 장르라고 생각했다고.

황인엽은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보시는 분들이 '이 친구 괜찮다'고 느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잘 짚고 넘어가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 같으냐고 묻자 "아직 더 증명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남자 배우가 로코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며 "액션이 섞일 수도 있고, 재벌 2세일 수도 있고, 아주 날카롭고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를 만나 확 누그러지는 인물을 할 수도 있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는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황인엽은 "제 생김새가 선이 날카롭고 차갑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생각보다 그렇게 차가운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조금 부드러운 인상을 심어드린 것 같다"고 했다.

▲배우 황인엽. (사진제공=케이엔스튜디오)

우수빈과 실제 황인엽의 싱크로율은 "90%"였다. 황인엽은 우수빈을 "요즘 말로 안정형 남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너는 꿈이 뭐야?’라고 묻는 것부터 '내 등을 밟고 올라가'라는 말까지 수빈의 모든 말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했다. '사랑한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그래서 우수빈을 준비할 때 최대한 다정한 사람이 되려고 했다. 화가 나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놓치지 않는 것이 이 친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가 굉장히 다정하고 자상하신 스타일이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인지 저도 어디 가서 이야기하면 나긋나긋하다는 말을 듣는다"며 "수빈의 생각이나 행동이 저와 굉장히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느낌표를 던지는 식의 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첫사랑 앞에서의 용기는 수빈이 한 수 위였다.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린 황인엽은 "저는 한마디도 말을 못 붙였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말을 걸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말을 못했다. 말을 한 적은 있지만 계속 어긋났다"며 "예를 들어 상대방이 물을 찾고 있으면 '왜 목이 마르냐'는 식으로 반대로 말하는, 집에 돌아가서 이불킥을 하는 전형적인 찌질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황인엽. (사진제공=케이엔스튜디오)

작품의 또 다른 중심축인 이혜리와의 호흡에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황인엽은 이혜리를 "좋은 친구이자 훌륭한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황인엽은 “저는 내향적인 편이고 혜리 씨는 외향적인 편인데 굉장히 프로페셔널하다. 제 좋은 점을 끌어내려고 노력해줬다”며 “아이디어도 정말 많이 냈고 감독님 역시 그 아이디어를 잘 받아주셨다. 혜리 씨가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선배이기도 해서 저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는 서로를 배역 이름인 '수빈아', '이재야'라고 불렀다. 그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굳이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이 생겼다"며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장면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열심히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큰일 났다. 이게 너무 좋은가 보다. 촬영 끝나면 한동안 집에서 빨래만 하겠네'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케미는 작품 밖에서도 화제가 됐다. 함께 찾은 야구장에서의 모습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열애설까지 불거졌다.

황인엽은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 야구장에 간 거였다. 비가 와서 시구를 못하는 줄 알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보자, 맛있는 거 먹으면서 보자'고 했다"며 "홈런이 나왔을 때 팔짝팔짝 뛰기도 했는데 그런 건 화제가 안 되고 다른 장면만 화제가 됐다"고 웃었다.

이어 "매운 음식을 먹어서 찬물이 필요했는데 하필 제 텀블러밖에 없었다"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게 이렇게까지 보이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혜리와도 해당 반응을 두고 "너무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 말아달라"고 말하고는 웃었다.

황인엽에게 ‘그대에게 드림’의 핵심 소재였던 ‘꿈’은 실제 삶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연기를 비교적 늦게 시작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결핍을 느낀다고 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배우거나 아역배우를 했던 사람이 아니니까 다른 사람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결핍은 분명히 있어요.”

그러나 어린 시절 밤 10시 드라마를 기다리던 자신을 떠올리면 지금의 삶은 여전히 “꿈만 같은 일”이라고 했다.

그 시절 황인엽의 우상이었던 배우는 조인성이었다. 황인엽은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그게 사실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텐데 당시에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까진 못했다”고 돌아봤다.

흥미롭게도 조인성을 아직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 상상 속 인물로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때 너무 멋있었던 저의 영웅이 지금도 여전히 멋지게 건재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스러운 게 있어요.”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지는 않느냐고 묻자 “같이 캐스팅되면 연기를 못할 것 같다. 너무 떨릴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조인성 선배님이 친하게 지내는 분들의 모임을 보면서 그런 좋은 관계 안에 끼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고 웃었다.

황인엽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조인성 선배님은 그 시절의 저를 모르실 것”이라며 “그런데 지구 어딘가에서 제가 하는 모습을 보고 단 한 명이라도 ‘나도 저 일을 해보고 싶다’고 꿈꾼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 같다.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특별한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황인엽. (사진제공=케이엔스튜디오)

배우라는 단어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황인엽은 한동안 자기소개에서 일부러 ‘배우’라는 말을 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배우니까 ‘배우 황인엽입니다’라고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갈수록 ‘연기를 잘해야 배우라고 해야지, 인엽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느 순간부터 그냥 ‘안녕하세요, 황인엽입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조금 더 진정성 있고 깊이 있게 대하면서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도달하고 싶은 곳까지 꾸불꾸불하지만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걱정도 많고 불안해서 ‘난 안 돼’라고 생각하다가도 ‘아니야, 너무 좋고 즐겁고 감사하잖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운명’을 믿느냐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작품과 사람을 만나는 일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상까지 모두 운명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황인엽은 “혜리 씨와 만난 것도 운명적이고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운명적인 일이다. 너무 좋은 작품이어도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 않나”며 “지나가다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모든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가 너무 더러워서 세차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도 ‘너무 운명적인 일이다’라고 생각한다”며 웃은 뒤 “강수량 같은 걸 언급하면 저와 대화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AI가 봐주는 사주에도 호기심을 보였다. 그는 “최근에 너무 혹해서 AI 할머니가 해주는 사주에 2만원을 결제해봤다”며 “5만~6만원짜리도 있었는데 거기까지는 손이 안 갔다”고 웃었다.

작품을 마친 지금 황인엽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을 청소하는 것이다. 바쁜 촬영 기간 동안 엉킨 마음과 생활을 다시 정돈하는 자신만의 방식이다.

그는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면 집이 더러워진다. 마음 상태가 어지러우면 집도 난잡하다”며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하면 집도 정리한다. 안 보이던 더러운 부분을 닦고 정리하면서 마음도 다시 정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집을 깨끗하게 만든 뒤 지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다시 자신을 돌본다.

황인엽은 또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차기작에서는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악역을 예고했다.

그는 새 캐릭터에 대해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의 눈에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악”이라며 “아이코닉하고 퇴폐적이면서 섹시한 빌런을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첫 로코를 지나 이제 악역까지. 황인엽은 여전히 자신을 완성된 배우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계속해서 시험대에 올라가고, 증명하고, 다음 단계로 향한다.

“꿈을 진짜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요. 저는 그래도 그 꿈에 가깝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 황인엽. (사진제공=케이엔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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