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에 취득ㆍ양도세 낮추고 규제 풀어 [정권별 부동산 세제 변천사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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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금 ‘경기부양 수단’ 활용
보수 정부서도 종부ㆍ거래세 완화

▲정권별 부동산 감세 추이 인포그래픽 (한국개발연구원 등)
집값이 오를 때 세금은 투기를 막는 규제가 됐지만 시장이 얼어붙자 정반대의 역할을 맡았다. 1997년 외환위기는 부동산 세금의 역할을 뒤집은 결정적 계기였다. 미분양이 쌓이고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가 우려되자 정부는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어 주택 거래와 건설경기를 살리는 데 나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부동산 세제는 집값을 잡는 수단에서 시장을 살리는 수단으로 변신했다.

23일 관계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부동산 세제 완화의 중요한 전환점은 외환위기였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맞닥뜨린 문제는 집값 급등이 아니라 자산가격 하락과 거래 위축, 건설경기 침체였다.

정부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했다.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각종 부동산 규제도 풀었다. 침체된 건설경기를 되살려 고용과 내수를 회복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집값 급등기에 투기를 억제하던 세금이 거래와 투자를 유도하는 경기 부양 수단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살아나면서 집값도 다시 뛰었다. 2002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이후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등 다시 강력한 규제와 증세로 방향을 틀었다.

세제의 방향은 이명박 정부에서 또 한 번 바뀌었다. 2008년 출범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거래 위축과 경기 둔화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변화가 종부세였다. 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같은 해 헌법재판소가 세대별 합산 과세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개인별 합산 방식으로 돌아갔고 1세대 1주택자의 세부담을 낮추는 장치도 마련됐다.

양도소득세도 완화했다. 1세대 1주택 고가주택 기준을 높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확대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완화하면서 얼어붙은 거래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전 정부의 강한 규제에서 벗어나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정책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감세 기조는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낮춰 감면 종료 전후 '거래절벽'이 반복되자 취득세 부담을 상시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됐다. 2014년부터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집을 팔 때 추가 세율을 적용하던 제도가 사라졌다. 과거 집값 급등기에 도입했던 규제를 걷어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모두 '감세'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금별 효과는 다르다. 취득세를 낮추면 집을 사고파는 거래비용이 줄어드는 반면 종부세를 낮추면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비용까지 줄어든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세금을 낮췄다는 사실만으로 각각의 정책 효과를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KDI는 부동산 세제의 장기적인 개선 방향으로 거래 단계의 세금 부담은 낮추고 보유 단계의 과세는 강화하는 '거래세 완화·보유세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주택 거래에 따른 비용을 낮춰 원활한 거래를 유도하는 것과 자산 보유에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KDI 관계자는 "취득세와 같은 거래세를 낮추는 것과 보유세를 낮추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거래세는 주택 거래 자체에 비용을 발생시키는 만큼 부담을 낮추되 보유세는 조세 형평성과 자산 보유에 따른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세금은 집값을 잡는 수단에서 시장을 살리는 수단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그러나 시장이 살아나 집값이 다시 뛰면 세금을 높이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다시 낮추는 일이 반복됐다. 부동산 세제가 경기 상황에 따라 오가면서 조세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감세의 시대는 한국 부동산 세제에 또 다른 공식을 남겼다. '집값이 뛰면 세금을 조인다'는 공식의 반대편인 '시장이 얼어붙으면 세금을 푼다'는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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