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테더는 유통량 확대에 성장…Strategy·Galaxy는 가상자산 가격 하락 직격
Riot·Hut 8은 AI 데이터센터로 확장…“채굴사 전환, 크립토 새 사업모델로 보긴 일러”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업계의 사업구조 변화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거래 활동이 둔화하자 거래소들은 수수료 이외의 수익원을 키웠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유통량 확대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비트코인 가격에 직접 노출된 기업들은 대규모 평가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채굴업체들은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High-Performance Computing)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올해 2분기는 가상자산 기업의 수익구조를 시험한 시기였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가상자산 현물 거래량은 전분기 대비 25% 감소했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11% 줄었고 가상자산 변동성은 14% 낮아졌다. 가격과 거래량, 변동성이 함께 낮아지면서 거래수수료와 가상자산 가격에 의존해온 기업들의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거래량 줄자 수수료 밖으로…거래소 '수익 다각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2분기 총매출 12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시장 전체의 현물 거래량이 25% 줄어든 가운데 코인베이스의 거래수익도 전분기보다 21% 감소했다. 조정 EBITDA(일회성 비용 등을 제외한 영업 수익성 지표)는 2억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구독·서비스 부문은 거래시장 둔화의 충격을 일부 흡수했다. 2분기 구독·서비스 매출은 5억5500만 달러로 순매출의 4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매출은 2억9200만 달러였다. 코인베이스는 자사 플랫폼에서 보유한 평균 USDC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리 하락 등의 영향을 일부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로빈후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로빈후드의 2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13억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5억7300만 달러로 48% 증가했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수익은 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전체 실적이 성장했지만 가상자산 거래가 성장을 이끈 것은 아니었다.
거래량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기존 거래소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스테이블코인과 구독, 대출, 파생상품 등 반복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규모의 힘'…Strategy는 평가손실 직격
거래소와 달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유통량 증가가 실적을 떠받쳤다.
USDC 발행사 서클은 2분기 매출과 준비자산 수익을 합쳐 7억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계속사업 기준 순이익은 4800만 달러, 조정 EBITDA는 1억4300만 달러로 8% 늘었다.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은 USDC 공급 확대였다. 6월 말 USDC 유통량은 73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고 분기 평균 유통량은 25% 늘어난 765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준비자산 수익률은 0.66%포인트 낮아졌지만 준비자산 운용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영향을 상쇄했다. 2분기 USDC 온체인 거래량도 14조80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도 2분기 약 15억 달러의 순영업이익을 기록했다. 6월 말 준비자산이 부채를 웃도는 규모는 약 41억1000만 달러였으며 금 보유량은 146톤 이상으로 확대됐다. 다만 비상장사인 테더의 분기 수치는 일반 상장사의 실적 발표가 아니라 준비자산 인증 자료를 토대로 발표됐다는 점에서 직접 비교에는 차이가 있다.
반면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한 기업은 가격 변동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세계 최대 기업 비트코인 보유사 Strategy는 2분기 83억30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디지털자산에서 발생한 미실현 평가손실만 83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보통주주 귀속 순손실은 86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디지털자산 평가이익 140억5000만 달러를 바탕으로 대규모 흑자를 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Galaxy Digital은 2분기 85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가상자산 가격 하락이 실적에 부담을 줬지만, 회사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며 수익원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텍사스의 Helios 데이터센터를 AI 인프라로 전환하고 있으며, 2분기에는 AI 클라우드 기업 CoreWeave에 133MW 규모의 전력 용량 공급을 시작했다.
채굴장에서 AI 데이터센터로…BitFuFu는 매출 63% 급감
가장 큰 사업모델 변화는 비트코인 채굴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채굴을 위해 확보한 대규모 전력과 부지를 AI·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에 활용하며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Riot Platforms는 2분기 매출 1억742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매출은 2320만 달러였다. 회사는 AI 관련 기업들과 총 241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계약하며 기존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를 AI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Hut 8 역시 AI 데이터센터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회사는 첫 두 개 AI 데이터센터 캠퍼스에서 총 949MW 규모의 계약 IT 용량을 확보했다. 기본 계약기간 기준 예상 계약가치는 약 266억 달러, 예상 연평균 순영업이익은 17억5000만 달러 이상이다.
반면 채굴과 비트코인 가격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고전했다. 17일 실적을 발표한 BitFuFu의 2분기 매출은 4276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9%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10만 달러의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 2분기에는 2054만 달러의 순손실로 돌아섰고, 조정 EBITDA도 184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채굴사들의 AI 데이터센터 전환을 크립토 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사업모델 변화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광호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현재 크립토 기업의 가장 검증된 수익모델은 여전히 거래소의 거래수수료”라며 “채굴사의 전환은 크립토 산업 내부의 새로운 사업모델이라기보다 기존 전력·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산업에 진입하는 움직임에 가깝다”고 말했다.
거래수수료 넘어 새 수익원 찾는다…스테이블코인·AI 주목
올해 2분기 실적에서는 시장 활동이 둔화하는 가운데 기업별 수익구조의 차이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거래소는 거래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고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서비스를 키우는 한편, 일부 채굴업체들은 확보한 전력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비거래 수익원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은 거래·결제·담보·국경 간 송금 등 활용 범위가 넓고 발행·유통·예치금 운용 과정에서 반복적인 수익을 만들 수 있다”며 “각국에서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시범사업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비중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코인베이스는 더 이상 비트코인 가격에만 베팅하는 회사가 아니다”며 거래·결제·대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가격과 거래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크립토 기업들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