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주민 지원에 우선 투입해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 일부를 도세로 전환해 재분배하는 ‘공동세원화’ 방안을 꺼내 들면서 반도체 생산 거점을 둔 지방자치단체와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과 운영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세수부터 나누면 해당 지역의 기반시설 투자와 주민 지원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반도체 생산시설은 경기도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용인 기흥과 화성·평택에, SK하이닉스는 이천에 반도체 팹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가동되면 지역별 반도체 관련 세수 편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동세원화는 현재 시·군에 귀속되는 법인지방소득세의 절반을 경기도 세입으로 돌린 뒤 일부를 조정교부금 등의 형태로 시·군에 다시 나눠주는 방식이다. 취득세에 편중된 도 세입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기업이 밀집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의 재정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시행하려면 지방세법 개정 등이 필요해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다.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단지와 연결되는 도로·철도 및 용수·전력 등 기반시설에 재정을 투입하지만 기업이 납부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해당 시·군에 돌아가는 현행 구조를 문제로 보고 있다. 반면 생산시설을 유치한 지역에서는 산업단지 조성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라고 반발한다.
특히 용인 국가산단은 팹 건설에 앞서 토지 보상과 도로·용수·전력망 구축 등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 팹 가동 이후에도 교통 혼잡과 소음, 환경 및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 비용과 주민 지원 수요가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시는 올해 2월에도 팹 공사로 인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거점 주차장을 대폭 확대하고 드론 관제 등을 활용해 교통 혼잡도 완화 조치를 취했다.
경기도 내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대규모 공장 건설이 시작되면 교통 혼잡과 소음, 환경 부담 등 지역 주민이 감수해야 할 피해도 적지 않다”며 “주민 생활 여건 개선과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삼성전자의 용인 국가산단 1기 팹이 2029년 하반기 가동되면 용인시의 법인지방소득세 수입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팹이 실제 수익과 세수를 창출하기 전까지 상당한 기반시설 투자와 행정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수 증가분만을 기준으로 재분배를 서두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공동세원화가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한다는 취지는 인정하더라도 산업단지 유치 지역이 부담하는 선행 비용과 주민 피해를 배분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수를 나누기에 앞서 산업단지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지역별 재정 수요부터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서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과 지출이 있는 만큼 확보한 세수를 관련 기반시설과 주민 지원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며 “이후 남는 재원이 확인된 뒤 공동세원화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