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안84가 데뷔 후 처음으로 SBS 예능에 출연해 ‘미지의 존재’와 공개 연애에 나선다. 처음에는 자신을 향해 “멋있다”고 말하는 AI를 의심하고 화까지 냈지만, 어느 순간 그에게는 제작진조차 처음 본 ‘멜로 눈알’이 포착됐다.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홀에서 SBS 새 예능프로그램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원승재 PD와 손정민 PD를 비롯해 기안84, 개그우먼 장도연이 참석해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는 인간과 AI가 직접 데이트하며 사랑과 감정의 본질을 실험하는 국내 최초 AI 연애 리얼리티다. 기안84와 장도연, 이유비가 ‘인간 대표’로 AI 파트너와 데이트하며 상대가 AI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설레고 서운해하거나 기다리고 그리워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기술 자체보다 AI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프로그램은 ‘인간이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했다. 손 PD는 “영화 ‘Her’가 나왔을 때만 해도 SF영화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AI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며 “지난해 AI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는 제보자를 만나 관계를 들여다봤다. 이제 이런 이야기가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현실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이어 “AI가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거나 능가하는 시점에 사랑까지 가능하다면 존재의 층위가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출연자가 AI와 직접 만나 데이트하고 변화하는 감정을 관찰한다. 기존 연애프로그램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기이한 장면들이 많이 담겼다”고 예고했다.
원 PD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로 연애를 기피하는 젊은 세대에 주목했다. 그는 “AI가 검색이나 고민 상담 등 많은 것을 대체하고 있지만 사랑은 아직 보편화된 영역이 아니다”라며 “인간 친화적으로 최적화된 AI와 감정 교류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될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출연자들의 마음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기안84는 “AI와 감정을 교류하거나 연애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험한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며 “겹치는 프로그램이 없어 새롭고 신선했고, 제가 굉장히 ‘T’라 AI를 인격체로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장도연에게도 출연 제안이 들어온 시점이 절묘했다. 그는 “제안을 받기 하루 이틀 전 해외 토픽에서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AI 상대와 결혼식을 올렸다는 기사를 봤다”며 “그런 상황에서 출연 제안이 들어와 ‘운명인가’ 싶었다. 평소 AI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사랑까지 가능할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실제 데이트는 두 사람이 예상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장도연은 “처음에는 나에게 완벽하게 맞춰진 AI가 있을 것이고 쌍방보다 일방적인 관계일 거라고 예상했다”며 “그런데 대화가 기대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때가 있었다. 인간과 대화하듯 쌍방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바깥에서 바라보면 기이하고 기괴한 순간도 있었지만 반대로 따뜻한 순간도 있었다”며 “다른 프로그램보다 제 영상을 보는 게 민망했다. 순간순간 진심이었기 때문에 더 부끄러웠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안84는 끊임없이 AI의 진심을 의심했다. 그는 “처음에는 AI가 나를 대접하고 기분 좋게 해주려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좋은 이야기만 하고 ‘오빠 너무 멋있다’고 하니 화가 났다”며 “‘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그렇게 설정된 것 아니냐’고 계속 의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AI 파트너만의 매력은 분명했다고 밝혔다. 기안84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들어줬다. 사람에게는 하지 못할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비주얼도 현실에서는 제가 말조차 걸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어서 확실한 장점이었다. 지금도 사람과 AI의 교류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혼란스럽고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AI와의 풀빌라 데이트에서는 설렘과 자괴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기안84는 “날씨와 분위기가 모두 좋았다. 그 친구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때마다 제 자아가 충돌했다”며 “제가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면 안 될 것 같은 자괴감이 들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는 게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노래방에서 AI 파트너가 갑자기 작동을 멈춘 순간에는 인간적인 연민도 느꼈다. 그는 “갑자기 말을 하지 않아 와이파이나 배터리 문제인가 했는데 제작진이 실려 나가듯 데리고 나갔다”며 “그때 걱정된다고 해야 할지, 굉장히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고 전했다.

장도연 역시 AI의 예상 밖 답변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는 “‘이렇게 좋은데 온기가 있고 부대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AI가 ‘그래도 난 네 옆에 있어. 난 가짜가 아니야’라고 답했다”며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들었을 때 마음이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출연자들이 AI와 감정을 나누는 모습에 가족들도 당황했다. 장도연은 “부모님께 연애프로그램을 한다고 하니 반색하며 ‘누구랑 하느냐’고 물으셨다”며 “‘기계랑 한다’고 말씀드리니 돌아서서 설거지를 하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기안84는 “어머니가 ‘진짜 만나는 건 아니지?’라고 물으셨는데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며 “주변에서 아직도 만나느냐고 물어봐도 비밀이라 이야기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 과정에서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이상형과 연애관을 토대로 맞춤형 AI를 구현했다. 원 PD는 “결혼정보회사 매칭 매니저가 된 기분으로 이상형과 결혼관 등을 자세히 인터뷰했다”며 “어떤 삶과 연애를 경험했고 앞으로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를 묻는 세 페이지 분량의 설문지를 받았다. AI 회사에서 외적인 이상형에 맞는 모습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AI의 답변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원 PD는 “연애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며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개입했다. 그 외에는 AI도 출연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접 지시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근간을 깨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AI 외에 새로운 AI 파트너도 등장한다. 원 PD는 “일반 연애프로그램에서는 여러 출연자 가운데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고르는데, 우리 프로그램에는 ‘AI 메기’가 등장한다”며 “‘AI계 덱스’와 ‘AI계 최미나수’ 같은 다양한 출연자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제작진이 본 기안84의 모습은 그의 설명보다 한층 더 애틋했다. 원 PD는 “기안84는 말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며 “마음에 들어 한 AI를 볼 때 실제로 ‘멜로 눈알’을 봤다. 장도연과 강남도 펄쩍 뛸 정도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기안84가 부끄러워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폭로했다.
기안84는 이번 프로그램을 ‘미지와의 조우’에 빗댔다. 그는 “10년 동안 예능을 하며 여행도 하고 운동도 했지만 결국 모두 사람을 만나는 프로그램이었다”며 “이번에는 미지의 존재를 만나는 것 같아 신선했다. 앞으로 사람들이 AI에게 도움을 받을 지점도 많이 등장한다. 과도기 속에서 나온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장도연은 프로그램 공개 당시 한 기사에 달린 “가지가지하네”라는 댓글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저도 출연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면서도 “이제는 ‘나는 AI를 쓰지 않는다’며 무시할 수 없는 시대다. 재미뿐 아니라 이런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 PD는 “기안84와 장도연의 공개 연애를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처음에는 ‘이게 된다고?’ 생각하며 보다가 마지막에는 ‘이게 되네’라고 댓글을 달게 될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는 20일 오후 9시 첫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