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전기·인건비는 학생 수와 무관한 고정비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도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개편 논리에 교육계가 맞서고 있다. 학생 수는 감소하지만 학교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는 그대로인 데다 노후시설 개선과 돌봄,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 등 새로운 재정 수요까지 늘고 있어 학생 수만으로 적정 교육재정 규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기획예산처가 교부금 재구조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재정 증가 속도의 차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20년 동안 추세를 보면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2.3%였는데 교육교부금은 6.5% 올랐다"며 "인하 정도가 아니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육청의 현금성 지원도 교부금의 비효율적 운용 사례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교육부가 집계한 올해 시도교육청의 현금성 복지 사업은 약 2600억원으로 전체 교육교부금의 0.34% 수준이다.
교육계에서는 교부금이 증가한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 교육재정이 담당하게 된 역할과 지출 범위가 함께 확대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2004년 중학교 의무교육 전면 시행에 이어 2012~2013년에는 만 3~5세 누리과정이 도입됐다. 2010년대에는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됐고 2019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최근에는 늘봄학교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인력과 운영비가 필요해졌고 AI·디지털 교육을 위한 기기와 네트워크 등 과거에는 없었던 지출도 생겨났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20년간 교부금이 늘어난 것만 보면 과도한 증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사이 중학교 의무교육과 누리과정, 무상급식, 고교 무상교육, 늘봄, 특수교육 등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의 범위도 계속 확대됐다"며 "20년 전 교부금과 지금의 교부금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증가율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재정 변동에 대비해 쌓아둔 적립기금도 빠르게 줄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올해 시설기금은 2345억원으로 2022년 1조2095억원보다 80.6% 감소했다. 지난해 8683억원과 비교해도 72.9% 줄었다. 안정화기금 역시 올해 1543억원으로 2023년 6657억원보다 76.8%, 지난해 3574억원보다 56.8% 감소했다.
교육계에서는 특히 현재의 세수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는 전제에서 교부금의 기본 산정 구조를 바꾸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는 "최근 AI·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세입 증가를 근거로 수십 년간 유지해온 교육재정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세수가 악화됐을 때에도 필요한 교육재정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보장할 것인지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