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북미 지역 수요 급증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기존 생산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하며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4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ESS 배터리 출하량은 461GWh로 지난해보다 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업계의 북미 지역 ESS 배터리 출하량은 76GWh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3% 급증했다. 통상 하반기에 출하가 집중되는 계절성을 감안하면 올해 북미 ESS 배터리 출하량은 150GWh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시장 내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입지도 대폭 강화됐다.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북미 ESS 배터리 합산 출하량은 약 15GWh로 전년 동기 약 6GWh 대비 159% 늘었다. 이에 따라 양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기존 14%에서 20%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 정부의 금지외국기업(PFE) 관련 공급망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현지 생산기지를 갖춘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반기 북미 출하량 급증에는 미국 투자세액공제(ITC) 관련 세이프하버 이연 물량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세이프하버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기초 수요의 성장세는 견조하다. 세이프하버 관련 추정 물량을 제외한 올해 북미 ESS 배터리 조정 출하량은 130~140GWh로 전년 대비 15~25%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이프하버란 프로젝트가 실제로 완공되기 전이라도 총 예상 비용의 5% 이상을 미리 지출하거나 물리적 공사를 시작하면 공식 착공(Begin Construction)으로 인정해 주는 세무 규정이다.
AI 데이터센터(AIDC)의 본격적인 확대는 ESS 시장의 강력한 추가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향 ESS 배터리 출하량은 2025년 약 12GWh에서 2030년 약 272GWh로 2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ESS 수요 중 AI 데이터센터 비중도 2025년 약 4%에서 2030년 약 22%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맞춰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라인 전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공장을 활용해 올해 말 50GWh 이상, 2027년 말 70GWh 이상의 ESS 생산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삼성SDI 역시 2027년 말까지 30GWh 이상을 구축하고 8월 11일 GM과의 합작법인 지분을 인수해 단독 소유로 전환한 미국 인디애나주 Synergy Cells 공장을 추가 ESS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셀 업체뿐만 아니라 부품 및 소재 협력사들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완제품을 공급하는 서진시스템, 수냉식 시스템을 공급하는 한중엔시에스, 배터리 패키징을 담당하는 세방전지, LFP 양극재를 양산하는 엘앤에프 등이 주요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북미 ESS 공급망 내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평가된다.
ESS시장 확대 기대감에 실제 관련 종목들은 8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종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월초 대비 11.4% 상승한 36만5500원, 삼성SDI는 22.7% 오른 4만8700원으로 상승해 그간 조용하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밖에 한중엔시에스(29.1%), 세방전지(7.4%), 엘앤에프(39.9%) 등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ESS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중국 공급망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며 구조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북미 현지 생산기반과 수주잔고를 확보한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과 부품 협력사들의 중장기 실적 추정치 상향이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