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거캐피탈 등 글로벌 거물, 1조 이하 알짜 중견 딜 '싹쓸이'
대기업 딜 가뭄·펀드 화력·강달러에 가격 경쟁 불가…국내 PE 위기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국내 중견기업 인수합병(M&A) 시장까지 투자 보폭을 넓히면서 토종 PEF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들어 미드캡(중견기업)에 해외 거대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다. 수조원대 펀드를 운용하는 글로벌 PEF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알짜 중견기업 경쟁에서 국내 PEF 운용사가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맥쿼리자산운용은 색조 화장품 주문자개발생산(ODM) 기업 화성코스메틱과 나우코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거래 규모는 3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그동안 DIG에어가스 등 조단위 규모의 대형 인프라 기업을 인수해 매각하는 등 빅딜 중심의 행보를 보였던 맥쿼리가 수천억원대 소비재까지 영토를 넓힌 셈이다.
글로벌 PEF의 미드캡 진출은 맥쿼리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최대 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지난해 국내 1위 미용 프랜차이즈 기업인 준오헤어를 기업가치 약 8000억원 수준에 인수했다. 홍콩계 글로벌 PEF인 거캐피탈 역시 환경·폐기물 처리업체인 코엔텍을 약 7000억원대에 인수하는 등 수천억원대 중견 알짜 기업들을 잇따라 품는 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거물들이 1조원 미만의 미드캡으로 확장하는 배경에는 국내 대기업발 대형 딜 가뭄이 자리 잡는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조단위 대형 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높이 차이가 커져 거래 성사가 어려워졌다.
문제는 글로벌 PEF의 미드캡 침투가 국내 PEF 시장의 가격 경쟁을 왜곡한다는 점이다. 수십조원 규모의 메가펀드를 운용하는 글로벌 PEF는 수천억원대 딜에서 경쟁사보다 1000억원가량을 더 써내더라도 전체 펀드 수익률에 미치는 타격이 미미하다. 반면, 특정 펀드의 규모와 만기, 목표수익률이 타이트한 국내 토종 PEF는 가용 가능한 자금의 한계가 명확해 과감한 프리미엄 배팅이 불가능하다.
환율 환경 역시 글로벌 PEF에 강력한 무기가 됐다. 달러 등 외화 자금을 집행하는 해외 PEF는 원화 약세 기조 속에서 국내 자산을 인수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환율 프리미엄 효과를 얻는다. 실제로 코엔텍 인수전 당시 거캐피탈은 토종 PEF인 IMM PE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며 최종 승기를 잡은 배경에도 자금 화력과 환율 호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토종 PEF에 적용되는 국내 금융당국의 차입 및 운용 관련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불공정 경쟁 논란도 거세다. IB계 관계자는 "글로벌 운용사들은 펀드 규모가 커 국내 PEF와 경쟁할 때 1000억원 정도를 더 써도 펀드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 "반면, 국내 PEF 입장에서는 그 정도 가격 차이가 나면 사실상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블랙스톤 같은 글로벌 운용사가 관심을 두지 않던 5000억원 안팎의 미드캡까지 경쟁 범위가 내려왔다"며 "글로벌 자금이 미드캡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PEF들이 알짜 기업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