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담 확대에 추가 인상 우려

“부모님 지원 없이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는 김민수 씨(가명)는 자취를 접고 경기도 용인시 본가로 돌아가기로 했다.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을 감당하기 힘들어 매일 왕복 3시간에 달하는 통학을 선택한 것이다. 집주인은 9월 재계약을 앞두고 기존 53만원인 월세를 6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상대적으로 월세가 비싸지 않은 구축 원룸에서 살고 있었는데 최근 집주인이 갑자기 월세를 10% 넘게 인상하겠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며 “주변의 신축 원룸들은 더 비싼 데다 원래 거주하던 조건과 비슷한 매물은 찾기가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에서 원룸 월세를 상향 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9월 개강을 앞두고 임차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다주택자 등에 대한 세 부담 확대까지 예고돼 월세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을 중심으로 임대인이 월세와 관리비를 상향 조정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학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기존 계약보다 월세를 높여 재계약하거나 신규 임차인을 받을 때 월세를 올려 내놓자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인근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에서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니까 임대인들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화여대 인근 원룸 월세 가격은 70만~80만원 정도로 작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경희대가 위치한 동대문구 회기동의 공인중개사는 “원룸 월세 물건이 나오더라도 가격이 상향 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학가 특성상 개강과 종강 주기에 맞춰 매물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부동산 규제가 잇따르면서 매물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 월세 상승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전용면적 33㎡ 이하)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62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대학가별로는 △서울대(26%) △한국외대(15.1%) △연세대(10.4%) △중앙대(9.4%) 순으로 월세 상승률이 가팔랐다. 특히 서울대 인근 원룸 월세는 지난해 7월 42만3000원에서 올해 1월 48만9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 시점인 올해 5월 54만700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7월 53만3000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관리비 부담도 커졌다.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평균 관리비는 지난해 7월 7만5000원에서 올해 7월 8만4000원으로 10.9% 상승했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치면 매달 평균 70만9000원, 연간 약 851만원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파르게 오른 대학가 월세에 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월세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라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1세대 1주택자 제외)의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현행 60%에서 2027년 70%, 2028년 80%로 단계적으로 상향되면서 임대인의 세 부담이 월세 등 임대료에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소유주들은 세금 납부액을 시뮬레이션해 세 부담 증가분을 임대료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학가 다가구주택은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오랜 기간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세 부담 증가가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