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컨시스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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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에디터 겸 정치사회부장
컨시스턴시(Consistency). 골프 브랜드 핑(PING)이 한때 ‘핑이냐, 핑이 아니냐’라는 광고를 통해 내세운 키워드다. 화려한 비거리보다 일관성을 앞세운 마케팅이었다. 한 번은 잘 맞고 한 번은 빗맞고, 훅과 슬라이스를 오가는 드라이버보다 언제나 비슷한 결과를 내는 클럽이 좋은 장비라는 메시지였다. 골퍼들은 결국 긴 비거리보다 예측 가능한 샷을 신뢰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좋은 정책은 파격적인 한 방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국민과 기업이 정부의 다음 선택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계는 자산을 배분하고 기업은 투자 계획을 세운다. ‘컨시스턴시’는 정책에도 필요한 덕목이다.

최근 세제개편안을 보면 이런 원칙이 아쉽다. 정부는 지난 3일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국내 주식 등에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늘려 자본시장으로 돈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기존 ISA 혜택이 줄어들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일반 ISA 계약기간을 사실상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미사용 납입한도 이월도 없애기로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7일 ISA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비슷하다. 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줄이려고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을 없애겠다는 취지였지만 예외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역시 대통령이 원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며 재검토를 주문했다. 정부가 내놓은 핵심 세제정책이 나흘 만에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를 받은 셈이다.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왜 발표 전에 걸러지지 않았느냐다. 정책을 발표하고 시장이 반발하면 대통령이 질책하고 다시 재검토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수정 여부와 관계없이 정책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제와 금융정책은 더더욱 예측 가능해야 한다. 자본시장은 정책의 의도보다 앞으로 무엇이 바뀔지를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정책의 일관성이란 한 번 정한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이라는 뜻이 아니다. 틀렸다면 바꿔야 한다. 다만 정책의 목표와 원칙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바꾸더라도 충분히 검토하고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제와 규제 방향까지 크게 출렁이면 문제는 더 커진다. 기업의 투자는 10년, 20년을 내다보고 국민의 자산 형성도 수십 년에 걸쳐 이뤄진다.

정책 불확실성은 공짜가 아니다. 불확실성이 크면 투자자는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투자를 미룬다. 자본조달 비용은 올라가고 기업가치에는 할인 요인이 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역시 기업 지배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금과 규제가 언제, 어느 방향으로 바뀔지 모른다면 그 자체가 정책 리스크다.

골퍼가 믿는 클럽은 가끔 가장 멀리 보내주는 클럽이 아니라 매번 비슷한 결과를 내는 클럽이다. 국가 정책도 다르지 않다. 국민과 시장이 원하는 것은 깜짝 정책이 아니라, 믿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정책이다. 정권은 바뀔 수 있고 정책도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운영의 원칙과 예측 가능성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국가 경쟁력은 결국 신뢰에서 나온다. 신뢰는 컨시스턴시, 정책의 일관성에서 시작된다.

김동선 에디터 겸 정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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