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 “당국·금융사 접근성, 위기대응 핵심”…서울 입지 유지 제안
저연차 지방 근무의향 12% 그쳐…노조위원장 “법적 대응도 검토”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서 예보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회사 부실과 금융위기 발생 시 금융당국·금융회사와 신속한 협업이 필요한 만큼 지방이전으로 금융위기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1일 예보노조는 서울 중구 예보 본사 2층 세미나실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법무법인 린 금융법제연구센터에 발주한 ‘금융위기 대응 핵심기관으로서 예금보험기구의 적정 입지 타당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예보의 입지를 △금융위기 대응성 △금융정보 접근성 △조직 안정성 △정책 부합성 △비용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금융회사 부실 예방과 정리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 금융안전망 기관과 금융회사 간 신속한 정보 공유와 협업이 필요한 만큼 금융중심지와의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고동원 법무법인 린 금융법제연구센터장은 “금융사 본점과 금융시장 중심지가 위치한 서울에 유지하는 것이 예보의 금융안정 기능의 효율적 수행과 금융안전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은행 사례처럼 긴급을 요하는 ‘디지털 뱅크런’ 시대가 됐기 때문에 신속하게 부실 금융회사를 정리하는 절차 집행이 중요하다”며 “금융감독기관과 정책기관, 중앙은행과 밀접하게 협조해야 해 지방에 위치하면 기능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의 예금보험기구가 금융회사 본점과 금융당국, 금융시장이 밀집한 금융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금융위기 발생 시 신속한 정보 접근과 기관 간 협업 체계를 확보하기 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면적인 기관 이전 대신 기능별로 입지를 달리하는 방안도 전문가 제언으로 나왔다.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예보의 적정 입지는 어디에 있는가보다 어떤 기능이 얼마나 빨리 작동하는가의 문제”라며 “서울에 금융안정 지휘 코어를 두고 비수도권에는 실질 기능을 분산하는 혼합 모델이 우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이전에 따른 인력 이탈 가능성도 주요 문제로 제기됐다. 노조가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방이전 시 계속 근무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근속 20년 이상 직원의 경우 52.8%였지만 근속 5년 미만 직원은 12%에 그쳤다. 5급 실무직은 9.5%였으며 예보 전체 직원 가운데 4·5급 비중은 약 70%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보가 상대해야 하는 금융사에는 전문성이 높은 인력이 많은데 이를 감시하고 위험을 잡아내는 기관 역시 우수한 인적자본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이전 과정에서 축적된 인적자본의 가치와 근로조건 악화, 삶의 질 훼손 같은 비용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보노조는 지방이전 대상에서 예보를 제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영헌 예보노조 위원장은 지방이전이 구체화할 경우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지방이전 추진 과정에서 노동관계법상 문제나 위헌 소지가 없는지, 근로계약상 개인과 회사의 관계까지 살펴볼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