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곳 중 27곳 ‘보관·관리’…거래소·커스터디 같은 업무로 묶여
예치·렌딩·DeFi·인프라 별도 업종 없어…2단계 입법 시점 미정

정부가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대주주와 재무건전성까지 들여다보는 등 신고 문턱을 높였다. 자금세탁방지 목적의 신고 심사는 강화됐지만 거래소·커스터디(수탁)·예치·렌딩 등 사업 유형별 법적 지위와 영업행위 규율은 공백으로 남아 신사업의 제도권 진입과 산업 전문화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불수리 요건을 구체화하고 심사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개정안은 대주주의 실명·주식 보유 현황과 최근 3개 사업연도 및 최근 분기 재무제표를 심사 자료로 포함했다. 대표자·임원의 경력과 조직·인력·전산설비·내부통제 체계도 심사 대상에 올렸다. 재무건전성과 사회적 신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전문인력과 설비가 부족하면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 관련 조항은 20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신고 업무는 가상자산 매도·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대행 등 기존 다섯 가지로 유지된다. 해당 분류는 2021년 제도 도입 당시 산업을 업종별로 규율하기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할 거래 행위를 특정하는 데 초점을 두고 마련됐다.
이번 개정에도 특금법상 신고 대상 업무는 가상자산 매도·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대행 등 기존 다섯 가지 행위로 유지됐다. 이는 2021년 제도 도입 당시 FATF 기준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할 행위를 정한 것으로, 사업자 유형을 구분하는 업권 분류와는 성격이 다르다.
행위 중심 신고 체계는 사업자가 수행하는 기능을 보여줄 뿐 전문 영역과 유형별 법적 지위·책임까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남는다. 실제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신고 사업자 28곳 가운데 27곳이 커스터디에 해당하는 ‘보관·관리’를 신고했다. 독립 커스터디 업체를 비롯해 사업모델이 서로 다른 사업자들이 모두 ‘보관·관리’를 신고하면서 신고 내용만으로 실제 사업 형태를 가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업무 범위가 불명확해 사업자들이 수행 가능성이 있는 업무까지 폭넓게 신고했다. 다만 FIU는 최근 갱신 심사에서 업비트·코빗·코인원의 매도·매수와 교환을 제외했다. 세 거래소는 최초 신고 당시 다섯 가지 업무를 모두 포함했지만, 현재는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대행 등 세 가지 업무만 신고됐다.
초기의 포괄 신고는 일부 정비됐지만 특금법상 신고 업무와 별도로 사업자를 유형화하는 업권법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예치·렌딩과 탈중앙화금융(DeFi), 블록체인 인프라 서비스 등은 여전히 별도 신고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존 다섯 가지 업무에 포함되지 않으면 VASP 신고 사업자 지위를 확보할 통로가 없는 셈이다.
업계는 VASP 신고 여부가 제도권 사업자로서 신뢰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해 별도 신고 업종이 없는 기업이 금융회사와의 서비스 연계나 공동사업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일부 기업은 VASP 신고와 국내 규제를 부담으로 판단해 싱가포르와 홍콩, 두바이 등 해외로 사업 거점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통해 사업자 유형별 진입·영업행위 규제를 마련할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업종 분류와 시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 가상자산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업자 자격과 유지 비용만 강화되고 유형별 법적 지위는 후속 입법으로 미뤄졌다”며 “사업의 전문화와 국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