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친필원고 사후 90년 만에 귀국…‘그날이 오면’ 검열 흔적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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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보관 46건 59점, 7년 협의 끝 국립한국문학관에 기탁
일제 검열 흔적 남은 시가집과 친필 원고 등 국내 이관 마쳐
2027년 4월 개관 앞두고 12만점 문학자료 순차 공개 예정

▲고교시절 심훈 (사진제공=국립한국문학관)

일제강점기 대표 저항 작가이자 독립유공자인 심훈의 친필원고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9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장편소설 ‘상록수’, ‘직녀성’, ‘영원의 미소’ 친필원고와 영화 각본을 비롯한 사진, 심훈 부고 전보 등이 포함됐다. 일제의 검열로 출간되지 못한 ‘그날이 오면’과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 획득 소식을 듣고 썼다고 알려진 ‘오오, 조선의 남아여!’도 포함됐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광복절을 맞아 미국에 거주하는 심훈 유가족으로부터 친필원고를 비롯한 문학 및 개인사 자료 46건 59점을 기탁받았다. 자료 곳곳에는 심훈의 셋째 아들 심재호(1936~2021년) 선생이 붙인 메모가 남아 있다. 심재호 선생은 심훈이 세상을 떠난 해에 태어나 아버지의 얼굴을 알지 못한 채 관련 문학자료를 정리해 평생 보관했다.

문학관과 유족의 협의는 2019년 시작됐다. 법인 설립 직후 문학관이 미국 심재호 선생 자택을 방문해 자료 수집을 논의했다. 이후 협의가 수차례 이어지고 중단되기를 반복했다. 양측은 심훈 문학자료를 한국에서 보전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했고, 올해 6월 초 기탁약정서를 체결했다.

유족은 지난 6월 23일 자료 운송을 위해 미국을 찾은 문학관 담당자에게 소장 자료를 인계했다. 당시 유족은 연신 ‘가야할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훈(본명 심대섭, 1901~1936)은 1919년 경성 제일고등보통학교 4학년 때 3·1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렀다. 이후 중국 상해로 건너가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사상가들과 교유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심훈시가집’은 심훈이 1932년 단행본 출판을 위해 직접 묶은 자료다.

▲'상록수' 친필 원고 모음 (사진제공=국립한국문학관)

‘심훈시가집’에는 심훈이 3·1만세운동 참여로 체포돼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됐을 당시 쓴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이 친필로 남아 있다. 조국의 독립을 염원한 ‘그날이 오면’도 수록됐다. 표지와 내지에는 일제 검열 과정에서 찍힌 붉은 도장과 붉은 선이 남아 있다.

일제의 검열로 ‘심훈시가집’은 당시 출간되지 못했다. 이후 광복을 맞은 뒤인 1949년 유고 시집으로 출판됐다. 임헌영 관장은 “심훈의 ‘그날이 오면’은 구한말 매천 황현의 ‘절명시’와 쌍벽을 이루는 일제 치하 ‘제2의 절명시’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27년 4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수집한 한국 문학 자료는 약 12만점이다. 해외에 있는 한국 문학 자료를 수집한 사례는 2023년 일본의 고(故) 오무라 마스오 교수 연구자료를 기증받은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문학관은 개관 이후 수집한 한국 문학 자료를 전국 문학관과 대중에게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기탁받은 심훈 문학자료도 공개한다. 자료에 담긴 문학사적 가치와 시대정신을 함께 밝히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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