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주요 증시가 시장 전체 정지를 최후 수단으로 제한하고 거래 흐름을 살리는 '핀셋형 안전장치'를 우선 가동하는 반면, 한국 증시는 개별 종목 정지와 선물 연동 정지 등 일시 정지 방식에 치중해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선진국은 변동성 관리 시 시장 전체나 개별 종목 거래를 완전히 세우기보다, 주문 흐름과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가격 충격을 식히는 핀셋형 제도를 우선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은 일률적인 상·하한가 제도 대신 'LULD(Limit-Up Limit-Down)' 제도를 운용 중이다. 개별 종목 가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해당 범위를 넘어서는 체결만 제한할 뿐, 정상적인 가격 범위 내 거래 흐름은 끊지 않는다. 특히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개장 후 첫 15분 동안은 가격 밴드 폭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유동성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작동한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역시 개별 종목 변동성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보다는 해당 종목을 '경매 세션(Price Monitoring Extension)'으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매매 체결을 유효하게 유지하면서 적정 가격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 또한 고정 엔화 임계값을 적용하는 '특별 호가(Special Quote)' 제도를 통해 종목별 거래 상황에 맞춘 이중 제어 장치를 두고 있다.
한국 증시 역시 개별 종목 가격 급변에 대응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변동성완화장치(VI)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올 들어 개별 종목 VI 발동 건수는 총 10만7091건(코스피 3만6199건, 코스닥 7만892건)에 달한다. 미국의 LULD가 실시간 거래 체결을 유지하면서 주가 범위를 제어하는 방식이라면, 한국의 VI는 2분 동안 실시간 체결을 완전히 중단시킨 후 모아서 일괄 체결하는 정지형 구조다.
국내 증시는 개별 종목 제어 외에도 코스피200 선물(±5%)이나 코스닥150 선물(±6%) 등 선물 지수 변동을 기준으로 현물 시장의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정지)' 제도를 함께 가동하고 있다.
개별 종목이나 선물 연동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폭락 장세에서는 시장 전체를 일시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한다. 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방식에서도 해외와 한국은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점은 파생-현물 시장 간 '동시 차단' 여부다.
미국은 S&P500 지수가 △1단계 7% △2단계 13% △3단계 20% 폭락 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데, 주식 현물뿐만 아니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등 파생상품 시장과 시간외 거래까지 동시 정지돼 시장 간 가격 괴리와 파편화를 방지한다. 일본 역시 파생상품 시장 서킷브레이커를 통해 현물로의 충격 전이를 막는 이중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수 하락 폭 △1단계 8% △2단계 15% △3단계 20%에 따라 20분간 거래 중단 및 당일 조기 종료를 실시한다. 해외처럼 파생-현물 시장이 동시에 정지되기보다는 선물 급변 시 프로그램 매매만 멈추는 사이드카와 단계별로 이원화돼 작동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우리 증시의 시장안정화장치 발동 기준은 글로벌 거래소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별 종목에 대해서도 VI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시장 운영 환경 변화에 발맞춰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