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CPTPP 가입’ 추진 공식화⋯‘농어업 살리기 딜레마’ [수출과 식량주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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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관세 철폐율 96% '완전 개방' 수준
"수출 경쟁력 극대화" vs "일방적 희생 강요"
농가 초토화 우려…사회적 갈등 험로 예고

▲2024년 12월 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제8차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장관급 집행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밴쿠버(캐나다)/AP연합뉴스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제조업계와 농어업계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출시장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제조업계는 가입을 환영하는 반면, 농어업계는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주 업무보고를 통해 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멕시코·칠레·페루·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브루나이·영국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는 다자간 무역 체제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수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CPTPP는 전체 품목 관세 철폐율이 95~100%(농산물 평균 96%)에 달하는 사실상의 '완전 개방' 협정이다. 한국이 가입할 경우 역내 부가가치를 합산 인정받는 '원산지 누적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자동차,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산업계는 정부의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핵심 부품을 여러 국가에서 조달하는 제조업 특성상, CPTPP의 핵심인 '원산지 누적 기준'이 적용되면 역내 회원국에서 조달한 중간재도 자국산으로 인정받아 무관세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주요국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메가 경제 블록으로 뭉치는 상황에서, 한국만 소외되는 '통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CPTPP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입장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멕시코나 베트남 등 주요 생산 거점을 아우르는 CPTPP에 합류해야 수출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러나 가입에 따른 직격탄을 맞게 될 농어민들은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입 추진설에 대해 "신중 검토"라며 선을 그었던 정부가 닷새 만에 공식 추진으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를 명백한 '밀실 통상'으로 규정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농어업계의 반발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 장외 투쟁으로 번졌다. 한국농축산연합회를 비롯한 50여 개 농어민 단체는 6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고 "CPTPP 가입 즉각 백지화"를 촉구하며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수출 대기업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힘없는 농어민에게 또다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시대적 자유무역 정책의 표본"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기후위기와 국제 정세 불안 속에 전 세계가 식량안보를 챙기는 상황에서, 식량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가입을 강행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국가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수출 기업의 이득과 농어업의 생존권이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면서 CPTPP 가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당분간 험로를 거듭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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