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저신용자를 속여 계좌와 체크카드를 편취한 뒤 피해금을 대형마트 키오스크에서 상품권으로 바꿔 세탁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을 확인하고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9일 금감원은 상품권을 활용한 신종 자금세탁형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승을 부림에 따라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수법은 3단계의 구조로 진행됐다. 사기범들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신용점수가 낮아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먼저 접근했다. 이들은 “카드 사용실적이 없어 대출이 부결된 것이니 상품권을 반복 구매해 실적을 쌓으면 한도가 나온다”며 피해자들을 기망했다.
특히 금감원은 사기범들이 “상품권은 대신 사 줄 테니 체크카드와 통장만 맡기라”는 방식으로 유도하는 점에 주의를 당부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돈을 요구받은 것이 아니라 카드를 잠시 맡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확보된 계좌는 또 다른 피해자의 돈을 가로채는 통로가 됐다. 사기범들은 다른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며 전화를 걸고, 공범을 이용해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법 위반”이라고 압박해 앞서 확보한 개인 명의 정상계좌로 피해금을 송금받았다. 피해금이 입금되면 인출책은 곧바로 대형마트 무인 키오스크에서 대량으로 상품권을 구매해 현금화한 뒤 가상자산으로 바꿔 해외 총책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자금 추적을 단절시켰다.
금감원은 본인 명의의 통장이나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넘기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상당 기간 신규 계좌 개설과 대출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카드가 넘어갔다면 즉시 금융회사나 경찰에 신고해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안심차단 서비스 3종 세트'에 미리 가입해 두면 명의도용을 통한 무단 대출이나 계좌 개설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금감원은 이번에 확인된 사항들을 보완하고자 대형마트 등 상품권 발행사와 협의해 무인 키오스크의 상품권 구매 한도를 대폭 낮췄다. 종전에는 1회 500만 원까지 구매할 수 있었으나 이를 1회 및 1일 각 100만 원으로 제한하고, 한도 초과 시에는 대면 구매만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을 통한 정보공유 확대를 관계기관과 지속 협의해 나가겠다"며 "또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점검회의를 통해 최신 범죄수법과 현장대응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상시 연락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