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an is Good’ 논란 속 수행기관 확인…선정 과정·결과물 재검증 필요성 커져

박형준 전 부산시장 재임 당시 추진된 부산시 도시브랜드 ‘Busan is Good’ 개발 사업의 수행기관이 윤석열 정부 용산 대통령실 상징체계(CI) 개발에 참여했던 디자인 전문업체 피앤(P&)인 것으로 확인됐다.
8억 원이 투입된 부산 도시브랜드 사업이 공개 이후 시민 공감 부족과 디자인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사업 선정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결과 부산시는 2022년 11월 2일 ‘부산 도시브랜드(시 상징물) 리뉴얼 디자인 개발 용역’을 피앤과 계약했다. 계약 금액은 8억 원이다.
피앤은 약 6개월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23년 5월 부산의 새로운 도시브랜드 ‘Busan is Good’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부산시는 “‘부산이라 좋다’는 의미를 통해 도시 자체의 유일성과 독창성을 표현했다”며 “Good은 글로벌(Global), 독창성(Original), 개방성(Open), 역동성(Dynamic)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시 심벌마크와 연계한 마젠타와 시안 색상을 통해 시민의 포용과 화합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개 직후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기존 ‘Dynamic Busan’이 가진 역동성과 해양도시 이미지를 충분히 계승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마젠타 계열 색상이 항만과 바다를 기반으로 성장한 부산의 도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로운 심벌 역시 현대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부산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기 어렵다”, “시민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호불호가 갈렸다.
결국 8억 원을 들여 만든 부산의 새로운 얼굴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얻었는지를 두고 지금까지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피앤의 또 다른 이력이다.
피앤은 부산 도시브랜드 사업 직전인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대한민국 대통령실 상징체계 개발’ 용역을 수행했다.
대통령실은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상징할 새로운 CI 개발에 나섰고, 피앤과 약 1억11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새 대통령실 CI는 봉황과 무궁화,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공개 이후 디자인 완성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브랜드 디자이너 출신 손혜원 전 의원은 당시 대통령실 CI에 대해 조형성과 상징성을 문제 삼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손 전 의원은 특히 봉황과 건축물 형상의 결합 방식, 서체와 전체적인 균형 등을 지적하며 국가 상징물로서 디자인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손 전 의원은 CI 제작 업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피앤 대표가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업체 배경에도 관심을 보였다.
현재 확인되는 사실은 피앤이 대통령실 CI와 부산 도시브랜드라는 두 개의 공공 상징체계 개발 사업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물론 두 사업의 성격은 다르다.
대통령실 사업은 국가기관 상징체계 개발이 중심이고, 부산시 사업은 도시브랜드 전략 수립과 디자인 개발, 응용체계, 활용 매뉴얼 제작 등을 포함한 종합 브랜드 구축 사업이다.
하지만 시민 세금으로 추진되는 공공 브랜드 사업이라는 점에서 결과물과 성과에 대한 평가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 디자인업계 관계자는 “도시브랜드는 행정기관이 정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사용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도시 자산이 된다”며 “중요한 것은 업체의 이름이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CI 변경은 디자인 하나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실제 적용 체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며 “일관된 적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관광객과 시민 모두 혼란을 느끼고 브랜드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재수 부산시장 체제가 박형준 전 시장 시절 추진된 주요 사업에 대한 재검토에 나선 가운데 ‘Busan is Good’ 역시 다시 평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시브랜드는 단순한 로고가 아니다.
도시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국민과 세계에 자신을 설명할 것인지 결정하는 공공 자산이다.
결국 쟁점은 피앤이 대통령실 CI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8억 원을 투입한 부산 도시브랜드 사업이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했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부산의 얼굴을 만들어냈는지가 핵심이다.
‘Busan is Good’은 과연 8억 원의 가치를 가진 도시브랜드인가.
아니면 행정 주도의 일방적인 브랜드 교체에 머문 것인가.
부산의 새로운 얼굴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