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접경지 경기도가 남북협력기금까지…있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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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억 중 340억 빠져 44억만 남아… 조례 고쳐 기금 5588억 전용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광교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있다. (경기도)
경기도 곳간의 자물쇠는 작년 5월에 이미 풀려 있었다. 용도가 정해진 기금을 다른 데 쓸 수 있게 조례가 고쳐졌고, 그 통로로 5588억원이 빠져나갔다. 그중에는 접경지역 경기도가 평화협력을 위해 쌓아둔 남북협력기금도 있었다.

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이날 광교 경기도청 브리핑룸 기자회견에서 "접경지역을 가진 경기도에서 남북협력기금까지 일반 재원으로 끌어다 쓴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재정 비상상황 선언에서 가장 수위가 높았던 대목이다.

△조성액 384억 원 중 340억원 이탈…남은 건 44억 원

남북협력기금은 남북 교류와 평화협력 사업을 위해 조성한 목적기금이다. 전체 384억원 가운데 340억원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계정으로 예탁 이전됐고, 현재 잔액은 44억원이다. 조성액의 88.5%가 목적 밖으로 나간 셈이다.

경기도는 김포·파주·연천 등 접경지역을 품은 유일한 광역지자체다.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즉시 대응해야 할 재원을 일반회계 부족분 메우기에 썼다는 것이 추 지사의 지적이다.

추 지사는 "비상시에 사용해야 할 통합계정을 일반 예산 지출에 활용하면서 기금마저 고갈됐다"고 했다. 이어 "기금의 목적에 맞는 사업과 미래의 위기에 대비해야 할 가용 재원까지 사실상 소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 2025년 5월 조례 개정…빗장이 먼저 풀렸다

기금 전용이 가능해진 출발점은 조례였다. 경기도는 2025년 5월 용도가 명확히 정해진 기금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계정에 예탁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이후 3차례 추경을 거쳐 각종 기금 5588억 원이 통합계정을 통해 일반회계 등으로 넘어갔다.

같은 해 경기도는 3차례에 걸쳐 지방채 9430억원을 발행했다. 발행 한도 9460억원의 99.6%다. 경기도가 지방채를 발행한 것 자체가 20년 만이었다. 빚과 기금을 동시에 끌어쓰고도 올해 예산은 온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추 지사는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지만,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41조7000억원 중 도가 쥔 건 8.4%

기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극단적으로 좁은 재량 폭이 있다. 경기도 전체 예산은 약 41조7000억 원이지만 도가 자체 판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용재원은 약 3조5000억 원, 비율로는 8.4%다. 나머지 91.6%는 복지비와 국비 매칭사업, 시·군 조정교부금 등 법정 의무지출에 묶여 있다.

세입 기반도 흔들린다.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중 지방소득세가 없고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다. 도세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거래량에 좌우되는 취득세에 의존한다.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으로 30% 급감했다.

△ 4분기 민생 예산은 그대로 구멍

기금과 지방채로 버틴 결과는 4분기 예산 공백으로 돌아왔다. 10~12월분이 편성되지 않은 사업은 노인장기요양 1234억원, 도교육청 급식비 지원 584억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지원 291억원, 산후조리비 지원 80억원, 친환경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34억원,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지원 29억원, 가족돌봄수당 14억원, 소아응급책임의료기관 육성 10억원 등이다.

추 지사는 "상당수 필수·민생사업 예산이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됐다"며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치 예산이 없는 '미완의 예산' 상태"라고 말했다.

△ 감액 추경 7700억원, 9월 도의회로

경기도는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한다. 추경예산안은 9월 도의회 임시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추 지사는 재정 정상화 방안으로 도지사와 고위공직자 업무경비 감액, 행사성·낭비성 예산 전면 재검토와 연구용역·민간위탁사업 재평가, 조직과 공공기관 효율화, 취득세 중심 세입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개혁을 제시했다.

민생 예산에는 선을 그었다. 추 지사는 "재정 위기의 부담을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엄혹한 재정 실상을 도민께 솔직히 보고드리고 재정 개혁에 착수하겠다"며 "경기도의회와 31개 시·군, 1420만 도민이 원팀이 돼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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